"수화기만 내려놨더라면 농협 무장강도 경찰 대응 빨랐을 것"

입력 2017-04-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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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만 내려놨더라면 농협 무장강도 경찰 대응 빨랐을 것"

'한달음 시스템' 사용 안 해 경찰 출동 1∼2분 지체…초기대응 미숙

파출소∼현장 4분 거리…경비업체 13분 거리인 8㎞ 떨어진 곳서 출동



(경산=연합뉴스) 최수호 김준범 기자 = 20일 경북 경산시 한 농협 지점에서 발생한 총기 무장강도 사건을 두고 농협 측 초기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 구역이 넓은 사설 경비업체보다 가까이에 있는 경찰이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사용하지 않아 범인을 초기에 검거할 수도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전 11시 55분께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복면을 쓴 채 총기를 들고 침입한 한 남성이 근무하던 직원 3명을 금고에 가두고 5분여 만에 현금 2천만원을 뺏어 달아났다.

당시 지점에 있던 남녀 직원 3명 가운데 누군가 책상 밑에 있는 비상벨을 눌러 사설 경비업체에 긴급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7분 정도 지난 낮 12시 2분께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경비업체 직원이 아닌 경찰관이다.

범인은 범행 시작 4분∼5분만인 낮 12시께 이미 현장을 뜬 뒤였다.

자전거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2분 만에 상당 거리를 달아났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최초 신고를 받은 사설 경비업체는 하남지점에서 8㎞ 떨어진 경산오거리에 있던 차를 출동시켜 사건 발생 13분 뒤인 낮 12시 8분께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측은 "출동차 6대가 있는데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차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곳 농협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외부에 알리는 방법은 2가지다.

우선 농협과 경찰 간에 구축한 '한달음 시스템'이 있다. 사건 발생 시 직원이 사무실 전화 수화기만 내려놓아도 5초 뒤에 자동으로 경찰서 상황실에 신고가 들어간다.

나머지 한 가지는 책상 밑 등에 설치한 비상벨을 눌러 사설 경비업체에 알리는 것이다.

이날 경찰은 지점에서 비상 연락을 받은 경비업체 측 신고를 받고 무장강도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11시 56분께 사설 경비업체가 경북경찰청 상황실에 신고했다"며 "곧바로 관할 자인파출소에 지령을 내렸다"고 했다.

또 자인파출소 관계자는 "오전 11시 57분께 지령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말했다.

이 파출소와 사건이 발생한 농협 지점이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직원이 초기에 비상벨을 누르지 않고 전화 수화기만 내려놨어도 신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도 출동 시간을 1분∼2분 정도 줄일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설 경비업체가 담당하는 구역이 넓어 신고를 받더라도 현장 도착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평소 한달음 시스템을 쓰는 훈련도 했는데 직원이 당황해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 측은 "사건 발생 당시 직원들이 책상 밑 비상벨을 바로 눌러 대응했다고 들었다"며 "자체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농협 안에 있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바탕으로 175㎝∼180㎝ 키에 파란색 방한 마스크를 착용한 용의자를 쫓고 있다.

그는 챙 모자를 썼고 상·하의 등산복을 입었으며 검은색 천 가방을 소지했다.

또 "범인이 우리 말이 서툴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외국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배 전단을 배포했고 용의자를 잡는 데 단서를 제공한 신고자에게 보상금 최고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suho@yna.co.kr, psyk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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