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다친 이지영, 교체 카드 없어 번트 작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3차전.
12회 연장 혈투 끝에 무승부로 끝난 1차전, 두산의 9회말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된 2차전과 마찬가지로 3차전 역시 치열한 접전이었다.
2-2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진 이 날 승부는 두산이 8회말에 터진 양의지의 2타점 적시타로 균열을 냈다.
삼성도 기회는 있었다.
9회초 두산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선두타자 이승엽의 좌전 안타, 조동찬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엮어냈다.
동점 주자를 내보낸 삼성은 이원석 타석 때 대타 박한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박한이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삼성은 아웃카운트만 하나 늘어났다.
후속 타자는 7회말 수비 때부터 교체 출전한 이지영이었다.
이지영은 전날 슬라이딩 과정에서 손목을 다친 데다 컨디션 난조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었다.
삼성의 1군 엔트리에서 포수 자원은 이지영과 권정웅, 2명뿐이다. 이지영까지 빼면 9회말 포수 마스크를 쓸 선수가 없었다.
교체 카드를 쓸 수 없었던 삼성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손목이 좋지 않은 이지영을 그대로 타석에 내세웠다.
이지영은 처음부터 타격 의사가 없었다. 초지일관 번트였다. 1구, 2구, 3구째 번트 실패가 이어지며 쓰리 번트 아웃으로 간단히 물러났다.
삼성의 두 번째 대타 강한울마저 내야 땅볼로 물러나면서 삼성의 추격전은 거기서 마무리됐다. 두산의 4-2 승리였다.
1사 1, 2루에서 이지영이 쓰리 번트 아웃으로 물러난 장면은 마치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에서 투수 타석을 보는 것과 같았다.
타격 능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선수에게 병살의 위험 대신 한 베이스라도 추가 진루를 도모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지영에게 정상적인 타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9회 마지막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타선의 극심한 부진 속에 최하위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삼성의 답답한 상황을 이지영의 허무한 쓰리 번트 아웃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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