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때 '물품취급 수수료' 부활 가능성

입력 2017-04-21 09:00  

한미FTA 재협상때 '물품취급 수수료' 부활 가능성

산업연구원 올해초 작성 보고서…최악의 경우 협정파기까지 상정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간다면 그동안 면제돼온 '물품취급수수료'가 부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산업연구원의 '한미 FTA 변화가 한국의 대미(對美) 직접 수출입 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새로운 통상정책으로 인해 한미FTA는 파기·부분개정·존치의 3가지 시나리오로 변화를 맞을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작성된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상정한 것은 부분개정이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물품취급수수료(MPF)가 부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MPF는 미국이 통관단계에서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 외 수수료를 말한다. 송장 건당 최소 25달러에서 최대 485달러까지 부과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MPF를 면제받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의 '행정수수료 및 형식' 조항은 '어떤 당사국도 원산지 상품에 대해 MPF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MPF를 부활한다면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동시에 한미 FTA를 자국에 유리하게 손봤다는 정치적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대미 수출이 약 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MPF 면제 조항은 미국이 맺은 대부분의 FTA에 들어가 있어서 한국만 삭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또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이나 보고서에서 한 번도 MPF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를 통해 약값 결정 과정, 법률시장 개방, 금융정보 이전 등을 재협상 이슈로 내놓았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MPF 부활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한미 FTA 파기 시나리오까지 들어 있다.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가 아직 한미 FTA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출범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가장 극단적인 경우까지 일단 상정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종료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양국 무역은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한미 FTA에서 양국의 세율은 0%에 가깝다.

하지만 MFN 관세율은 한국 4.0∼9.0%, 미국 1.5∼4.0%로 올라가기 때문에 양국 교역이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對) 한국 수출 감소 폭은 15억 달러로,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액 13억 달러보다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한미 FTA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손보겠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나리오 역시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보자는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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