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없는 평화의 시대?…전쟁 양상이 달라졌을 뿐"

입력 2017-04-21 09:47  

"세계대전 없는 평화의 시대?…전쟁 양상이 달라졌을 뿐"

獨정치학자 뮌클러 교수의 신간 '파편화된 전쟁'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확히 100년 전인 1917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유럽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다. 미국은 그해 4월 참전을 결정했고, 그리스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30여 년 뒤 유럽은 또다시 전쟁에 휩싸였다. 1939년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벌어졌다. 당시 전쟁은 곧 국가간 전면전을 의미했다.

이후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21세기에는 영토를 빼앗기 위한 국가간 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평화의 시대인 것일까.

독일 정치학자인 헤어프리트 뮌클러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는 2015년에 쓴 '파편화된 전쟁'(곰출판 펴냄)에서 "전쟁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며 "전쟁은 변화하고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됐다"고 설명한다.

뮌클러 교수는 앞서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서 '새로운 전쟁'(2002)에서도 미국 9·11 테러를 예로 들면서 국가간 전쟁이 사라지고 국제 테러조직, 용병회사, 군벌 등이 새로운 전쟁 주체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지난 100년간의 전쟁 역사를 정치학, 인류학, 사회학으로 조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오늘날 선진국 사이에는 국가간 전쟁이 문명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은 오로지 폭력을 종식할 목적으로만 수행이 가능하다는 정치질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반면 폭력이 진화하면서 작은 전쟁, 이른바 '저강도 전쟁'이 보편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컨대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지구상에서 불규칙적이고 소규모로 일어나는 전쟁 양상을 '파편화된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이어 선전포고도, 평화협정도 없는 이러한 전쟁의 특징으로 민영화, 비대칭화, 탈군사화를 꼽는다.

전쟁의 민영화는 국가가 참전하지 않는 한 부득이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최근 20여 년간 전쟁 사건에 결정적 영향력을 획득한 것은 유래가 다양한 군벌"이라고 부연한다.

또 비대칭화는 무기와 기술, 군사 전략 등에서 열등한 조직이 강한 조직에 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탈군사화는 전쟁 수행자가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는 양태를 말한다.

저자는 "전쟁은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진정한 카멜레온"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비유를 소개한 뒤 "부유한 지역의 가장자리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전쟁은 뛰어난 군인이나 값비싼 무기가 필요 없는 새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장춘익·탁선미 옮김. 476쪽. 2만2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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