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당한 한인상점에 물건 되찾아준 '잊혀진 영웅' 시상식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한인사회와 흑인·라티노(히스패닉) 공동체가 '4·29 LA 폭동(Riots)' 25주년을 맞아 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간) LA 도심에서 평화 대행진을 펼친다.
LA한인회는 20일 시내 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A 폭동 25주년 관련 행사 일정을 공개했다.
오는 25일에는 LA 시청에서 에릭 가세티 시장 주재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기념행사를 연다. 같은 날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리버사이드)에서는 이 학교 장태한 교수 등이 주축을 이뤄 폭동의 역사적 의미와 전망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개최된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도 '4·29를 기억하며' 등을 주제로 비슷한 세미나·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하이라이트는 사건 당일인 29일 잇달아 펼쳐진다.
라티노 장애인연합회는 시내 윌셔 가에서 'LA, 손을 맞잡고' 행사를 연다. 이어 올림픽 가 노르망디 애비뉴부터 버몬트 애비뉴까지 1천500여 명이 참가하는 평화대행진이 이어진다.
존 김 사우스베이 한인회장은 "사건 현장에서 한인과 흑인이 손을 맞잡고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기독교 커뮤니티 개발협회의 임혜빈 회장은 "25년 전 우리 공동체의 아픔은 정부의 무책임, 경찰의 무관심, 한흑(韓黑) 갈등에 불을 지핀 언론 등 여러 이유가 있었고, 우리는 아직도 아픔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흑인 공동체에서는 한인타운에다 약탈한 물건을 되돌려준 인물도 있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 세바스티안 리들리 토머스 의원실의 스티브 강 지부장은 "당시 폭동의 와중에서 잊힌 영웅들도 많이 있다"면서 "그런 분들의 사연을 찾아 100명의 찬사 받지 못한(unsung) 영웅 시상식도 열 것"이라고 전했다.
4·29 LA 폭동은 1992년 4월 29일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집단 폭행한 백인 경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성난 흑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백인과 한인 등 타인종 주민을 무차별 폭행하고 한인타운 내 상점 등을 약탈·방화한 사건이다.
그해 5월 3일까지 이어진 폭동으로 사망자 53명, 부상자 4천여 명의 인명 피해와 7억 달러가 넘는 물적 피해를 남겼다.
피해를 본 한인 업소 수가 2천300여 곳, 피해액은 3억∼4억 달러에 달했다.
한흑 갈등으로 표면화한 이 사건은 당시 재미 한인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인명 및 물적 피해뿐 아니라 그동안 어렵사리 미국 사회에 정착해가던 한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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