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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러시아 의원들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보관된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의 시신을 매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타스통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현재 붉은광장 '레닌 묘'에는 방부 처리된 레닌의 시신이 전시돼 있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집권당 '통합러시아당'과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의원 6명은 해당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면, 러시아 정부가 정치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매장 시기와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레닌의 시신은 "그 시대의 상징도, 국가통합의 상징도 아니다"라며 국민 다수도 레닌 시신 매장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레닌 시신 매장에 찬성했다. 36%는 즉각 매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24%는 레닌을 존경하는 세대가 사라진 이후에 매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러시아 공산당은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도발"이라고 반발하면서 매장 추진시 대규모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24년 1월 레닌이 53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권력 장악에 나선 이오시프 스탈린은 민심 결집을 위해 유족들의 반대에도 레닌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구보존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서는 시대적 의미를 잃은 레닌 묘를 철거하고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소련이 무너진 1991년 이후 레닌 묘를 폐쇄하고 그의 시신을 매장하려고 시도했지만, 공산당원을 비롯한 레닌 숭배자들의 강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2009년에는 러시아 하원이 레닌 시신 매장 문제를 논의했으나 역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 문제는 지지파와 반대파의 팽팽한 논쟁 속에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초 레닌 시신 매장 문제는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무리한 매장 추진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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