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장 시절 운영한 '다바오 암살단(DDS)'의 섬뜩한 초법적 살인을 폭로한 뒤 살해위협에 시달리던 전직 경찰관이 싱가포르로 도피했다고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다바오 암살단에 몸담았던 전직 필리핀 경찰관인 아르투르 라스카냐스는 싱가포르 모처에서 한 인터뷰에서 "마닐라 시내에 있던 안가가 암살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제 기능을 못 하게 됐다.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싱가포르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나는 잠도 더 잘 수 있게 되었고, 가끔 교회를 가기 위해 외출도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앞서 그는 애초 자신이 암살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 2월 인권변호사 단체와 함께 필리핀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테르테가 운영한 초법적인 암살조직의 실체를 폭로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속했던 DDS가 300명가량을 죽였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4∼5세의 유아를 포함해 유괴사건에 관련된 인물의 가족 전원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실행하자, 두테르테가 자신들을 시장실로 불러 2만∼10만 페소(약 45만5천 원~227만6천 원)를 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 애초 암살단이 마약범죄조직 두목을 제거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언론인 살해 청부도 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테르테 측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라스카냐스는 마약 복용자였던 자신의 두 형제가 암살단에 의해 살해된 것이 가장 끔찍하고 아픈 기억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나는 살해를 지시하는 위치에 있었다. 나의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형제들이 동료들의 손에 죽었다"며 "이제 속죄하고 법을 심판을 받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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