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파기 현실성 떨어져…강경파 입지만 강화

입력 2017-04-21 11:27   수정 2017-04-21 11:37

이란 핵합의 파기 현실성 떨어져…강경파 입지만 강화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란 핵 합의를 '실패'로 규정하고 재검토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에 이란은 표면적으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미국에 맞대응하기 보다는 다음 달 치르는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일정에 집중하면서 긴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 이란을 비핵화하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재검토 후 합의를 유지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이란 핵 합의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관계부처들이 재검토할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이 2015년 체결된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테러지원 역할을 계속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20일 트위터 계정에 미국의 비난을 일축하고 미국 측에 "자기 약속이나 잘 지키라"고 반박했을 뿐이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대통령 선거가 수 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적대적 발언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란 강경파는 미국이 핵 합의안에 서명한 5개 주요 국가들과 외교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집권체제로선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는 지금 미국과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 건군일 연례 퍼레이드에서도 이란 지도부의 실용 노선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예년과 다름없이 미사일과 각종 무기가 공개되고 "이스라엘에 죽음을"같은 섬뜩한 구호가 빠짐없이 등장했지만, 하메네이는 군 지휘관들에게 "지금은 경제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불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때도 즉각 반발보다는 자제력을 보여줬다. 오히려 국제 레슬링대회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의 입국을 허용해 긴장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냈다.

물론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내달 19일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란에는 아직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가 없지만, 분석가들은 이란 유권자들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 강경 보수 진영으로 기울고 있다는 징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만일 보수파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의 위협에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 의회에서는 이란에 대한 일방적 제재 강화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NBC뉴스는 핵 합의로 제재가 완화하면 경기가 살아나고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약속한 로하니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파는 이란이 양보한 것에 비해 얻은 게 별로 없다고 불만이고, 로하니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연임을 좌절시키려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하메네이가 대선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강경파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를 지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메네이는 서방과의 핵 합의도 마지못해 묵인했을 뿐이며, 핵 합의 효과에 줄곧 비판적이었다.

이란계 미국인 단체인 '전미이란계미국인위원회(NIAC)'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우려했다. NIAC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영국·프랑·독일의 입장과 극단적으로 상반된다며, 핵 합의에 반대하는 이란 강경파의 입지만 강화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핵 합의에 따라 지난해 대 이란 제재를 대부분 해제했다. 그러나 이란의 테러지원 의혹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재무부의 금융 규제는 풀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하기 보다는 합의 이행을 더 엄격히 요구하고, 이미 시행 중인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이 먼저 약속을 위반하도록 유도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이 미국의 속마음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이란은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우방국 사이를 틀어지게 해서 미국과는 '냉랭하지만 안전한'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럽과는 통상 관계를 추구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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