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총기강도 지문 한 점 안 남겨…치밀한 계획범죄 정황 속속

입력 2017-04-21 13:39   수정 2017-04-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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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총기강도 지문 한 점 안 남겨…치밀한 계획범죄 정황 속속

왜 자전거 이용…번호판 없어 추적 어렵고 다양한 도주 경로 선택 가능

경찰 "수차례 찾아와 농협 안팎 답사"…CCTV 확보해 과거 출입자 분석



(경산=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지난 20일 직원을 총으로 위협한 뒤 현금 1천5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경산 자인농협 무장강도는 현장에 지문 한 점 남기지 않을 만큼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좀처럼 보기 드물게 범인이 도주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범행 시간도 단 4분에 그친다는 점 등을 들어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21일 경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자인농협 하남지점 내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전날 오전 11시께 자전거를 타고 와 오전 11시 24분까지 2차례 지점 안 상황을 살폈다.

당시에도 모자, 넥워머 등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고 양손에는 장갑을 착용했다.

30여분 뒤인 오전 11시 55분께 지점에 침입해 45구경 권총으로 직원 3명을 위협한 뒤 4분 만에 현금 1천563만원이 든 자루를 들고 달아났다. 도주 전에 직원들을 창구 뒤편 금고에 가뒀다.

범행에 걸린 4분 사이에 금고문과 탁자 2곳을 손으로 만졌으나 장갑을 낀 까닭에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범행 당일 지점 출입문에는 '무장경찰 근무중'이란 경고 팻말이 붙어 있었으나 실제 청원경찰 등은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면 단위에 있는 소규모 농협 지점에는 평소 청원경찰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범인이 이곳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고 분석한다.

그는 범행 후 승용차를 이용해 지점 앞 도로를 따라 도망가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인적이 드문 농로를 선택해 달아났다.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 자동차에 있는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하남지점 인근 오목천을 건너 남산면쪽으로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는 번호판이 없어 추적이 어렵고 다양한 도주 경로를 택할 수 있다"며 "범인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 자유롭게 이동하려는 목적으로 차 대신 자전거를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모의권총이 아닌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권총을 범행도구로 사용했다는 점도 계획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꼽고 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범인이 이전에도 하남지점을 수차례 찾아 내부와 주변을 답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과거 출입자 분석에 나섰다.

공범 존재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직원들을 금고에 가둔 뒤 돈을 들고 달아난 점, 도주로로 농로를 택한 점 등을 볼 때 범인은 이전에도 수차례 하남지점을 찾아 현장 등을 파악했다고 판단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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