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영현 김연숙 기자 =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재벌 개혁 공약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재벌 개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이 자칫 기업의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공약과 관련해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약의 메시지는 대주주의 사익 보호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공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경영권 방어장치가 많지만 국내는 별로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방어장치를 무장 해제 하려는 듯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의 사익을 근절하려 한다면, 균형을 맞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장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 식 재벌 규제가 경제·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걱정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도 박근혜의 핵심 어젠다가 경제민주화였는데 실상은 기업만 옥죄고 경제와 투자가 미약해지는 결과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득권층을 때려야 표가 나오는 상황인 것은 이해하지만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선거 때는 기업을 때리고 집권하면 준조세 형태로 기업 곳간을 사금고 쓰듯 하는 풍토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체제의 공과 과를 두루 살펴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재벌기업 관련 공약 대부분이 예전부터 나온 것들"이라며 "그간 정책화되지 않은 것을 다 모아서 백화점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재벌의 긍정적 부분이나 살릴 부분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고 부정적인 부분만 전면에 내세웠다"며 "재벌의 득과 실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 규제 제도가 많이 도입됐다"며 "기존에 도입된 것만 잘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더 추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나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청년 고용 의무화 등은 너무 정치논리로만 흘러서 실제 이행될 경우 본래 기대한 효과와 달리 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 타당성을 따져서 해야 하는데 정치논리로 풀어서 실제 이행될 경우 경착륙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도입은 기업의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막고,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은 두루뭉술하게 언급됐다"며 "규제 완화도 적시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재의 공약들이 이행되면 재벌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등 순기능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공약은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관리 방안으로 논의돼오던 것들"이라며 "전반적으로 괜찮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대부분 그동안 논의된 것들이고, 실제 중요한 것은 실현 여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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