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행정부 성향 투영된 후보들 각각 지원…접전 관전포인트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각각 옹호한 후보는 세계화와 반세계화, 개방과 이민 반대 등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이들이다.
이런 구도 때문에 23일(현지시간) 개막하는 프랑스 대선이 그렇지 않아도 반목하는 오바마, 트럼프 두 전·현직 대통령의 대리전처럼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먼저 불을 댕긴 쪽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AP통신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바마는 프랑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일 프랑스 중도 좌파 대선후보 에마뉘엘 마크롱과 전화통화를 하며 힘을 실어줬다.
오바마는 마크롱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들려주며 "행운을 빈다"고 격려했다.
마크롱은 이번 대선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후보이고, 친(親)유럽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오바마와 닮았다.
오바마 측은 통화는 공식 지지 선언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공식 해명이 어떻든 간에 오바마가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마크롱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들은 배제하고 직접 덕담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화통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오바마를 지지하던 중도나 좌파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들도 없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유산을 거의 모두 폐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바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를 향해 사실상 지지 선언을 보냈다.
르펜은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등 반(反)이민·반세계화를 주창하는 공약을 내걸어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르펜이 국경 문제와 현재 프랑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장 강경하다"며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과 국경 문제에 가장 엄격한 사람이 선거에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누가 (프랑스 대선에서) 이길지 예측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르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다른 나라의 특정 대선 후보를 선호하거나 지지하는 발언을 관행적으로 피해왔다.
그만큼 트럼프의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받았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피즘이 프랑스 대선에서 고비를 맞이했다는 견해, 세계화, 반세계화의 건곤일척인 만큼 긴장이 고조됐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가 진행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미는 마크롱은 24.5%로 트럼프가 미는 르펜(23%)를 근소하게 앞서며 선두를 기록했다.
그러나 1차 투표를 사흘 앞두고 지난 20일 발생한 테러의 영향이 확인돼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은 테러 하루 전 진행된 직전 조사보다는 지지도가 0.5%포인트 빠졌지만 안보 의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르펜은 1%포인트 늘었다.
르펜과 마크롱이 다음달 7일 열리는 결선투표에 나선다면 마크롱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테러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기에도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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