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죄책감 파고든 다르덴 형제의 영화 '언노운 걸'

입력 2017-04-22 12:05   수정 2017-04-22 19:52

인간의 죄책감 파고든 다르덴 형제의 영화 '언노운 걸'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제니(아델 에넬 분)는 벨기에 리에주 외곽의 작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다.

여느 때와 같이 진료를 마친 어느 날 밤 누군가 병원을 찾아와 벨을 누르지만, 진료 마감 시간이 훨씬 지났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지나친다.

다음 날 형사들이 병원을 찾고, 제니는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원 미상의 흑인 소녀가 바로 전날 밤 병원 벨을 눌렀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니는 자신이 문을 열어줬다면 그 소녀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이름 없이 죽은 소녀의 정체를 직접 찾아 나선다.

내달 3일 국내 개봉하는 '언노운 걸'은 '로제타'와 '더차일드'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신작이다.

이 작품 역시 부조리한 사회 제도 아래 소외된 주변부 인물에 천착하면서 윤리적 물음을 제기해 온 다르덴 형제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번 영화에서 그들이 다룬 테마는 '죄의식'과 '책임감'이다.

제니는 소녀의 죽음에 죄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며 이름 없이 묻힌 소녀의 이름을 찾아 나선다. 잘 나가는 직장을 얻을 기회도 포기하고 불량배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기도 하지만 소녀에게 이름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제니는 소녀가 최소한 익명으로 매장되지 않기를, 가족조차 그녀의 죽음을 모른 채 지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제니가 소녀의 행적을 좇으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소녀를 외면하면서 죽음으로 내몬 공범자이기도 하다.

그날 밤 소녀를 범하려 했던 남성이 공사장으로 추락한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면, 병원 벨을 눌렀던 그녀를 제니가 외면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언니가 그녀를 사창가에서 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른 공범자들과 달리 제니는 죄의식을 느끼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선다. 이런 제니의 모습은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진실을 감추던 주변 인물들까지 변화시키고, 경찰도 밝히지 못했던 진실이 결국 드러나게 한다.

이름 없이 죽어간 소녀는 아프리카에서 온 불법체류자로 사창가에서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불합리한 사회 제도 속에서 무관심 속에 죽어간 소녀는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다르덴 형제는 소녀에게 이름을 찾아준 제니를 통해 죄의식과 책임감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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