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관계 강조하며 호주 내 '反트럼프' 진화 시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취임 후 처음으로 호주를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로 흐트러진 양국 관계의 회복에 나섰다.
전날 밤 시드니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22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미국 대통령의 아침 인사를 전한다"며 "나는 맨 먼저 그에게 전화했고, 그는 여러분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주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대통령은 또 내가 미국과 호주 간의 강력하고 역사적인 동맹관계를 재확인해 주기를 희망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피트 코스그로브 호주 총독을 예방, 세계 제1차대전 이래 양국 관계는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호주를 포함한 것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 턴불 총리와 통화하면서 전임 오바마 정부와 호주 정부 간에 맺은 난민 상호교환 협정에 불만을 품고 무례한 언행을 해 호주 국민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를 넘어 턴불 총리와의 통화가 "단연 최악"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전화마저 일방적으로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며칠 후에는 SNS에 이 협정이 "바보 같은 합의"(dumb deal)라고 쏘아붙였다.
호주로서는 국방과 정보, 통상부문에 걸쳐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온 맹방이었던 데다 특히 미국 주도의 이라크와 시리아 전쟁에 핵심 지원국임을 고려하면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셈이다.
이 통화 내용이 알려진 뒤 호주 일각에서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더 가까이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호주 국민의 불만을 다독일 필요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턴불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나서는 문제가 됐던 난민 상호교환 협정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의 호주 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턴불 총리 간 내달 정상회담도 확정될 전망이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순방에는 부인 캐런 펜스와 두 딸이 동행하고 있으며, 펜스는 24일 하와이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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