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토벤 연주회 쏟아지는 이유는…"음악의 알파와 오메가"

입력 2017-04-23 08:00  

올해 베토벤 연주회 쏟아지는 이유는…"음악의 알파와 오메가"

서거 190주년인 올해, 백건우·헤레베헤·샤이 등 베토벤 프로그램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청력 상실이라는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한계에 맞서 고통을 예술과 인간애로 승화시킨 베토벤의 음악은 전 세계 연주회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그의 작품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 시대를 초월한 혁신성, 거대한 건축물과 같은 치밀한 구조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연주자들에게 베토벤은 가장 자주 연주되는 친숙한 음악가인 동시에 늘 "넘어야 할 큰 산"에 비유된다.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은 올해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독 '굵직한' 베토벤 연주회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10년 만에 다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초대 상임 지휘자를 지낸 한스 폰 뵐로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피아노의 신약성서"라고 칭한 바 있다.

그만큼 베토벤의 일생과 서양음악사의 흐름이 응축된 걸작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 부활 과정을 통해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신약성서처럼 베토벤 소나타 32곡에는 불멸의 영혼을 향한 처절한 음악가의 투쟁이 고스란히 녹아있기도 하다.




백건우는 지난달 29일부터 베토벤 프로그램으로 전국 공연장에서 소나타 전곡 수와 같은 '32회' 투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각 공연에서는 소나타를 네 곡씩 연주한다.

이 중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4일 공연 없음·3일 2회 공연)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는 8일 만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는 대장정도 벌인다.

그는 지난 200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유례없는 무대로 한국 클래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2005년 8월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중 첫 번째 앨범(소나타 16~26번)을 출시하고, 2007년 나머지를 완성한 것을 기념하는 리사이틀이었다.

백건우는 베토벤을 음악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거인'이라고 칭했다.

그는 "베토벤은 아무리 거듭해도 늘 새로운, 끝없는 여정과 같다"며 "매번 새로운 곳에 도착해 문을 하나씩 열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도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완주에 도전한다.

그는 오는 5월 25일(1번, 2번, 13번, 8번 '비창'), 6월 1일(5번, 7번, 6번, 23번 '열정') 두 번의 금호아트홀 무대로 이번 사이클의 시작을 알린다.




그는 1999년 국제무대에 본격 데뷔한 이후 베토벤에 특화된 연주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 연주 등을 펼쳐왔으며 총 14장에 달하는 베토벤 앨범을 발매했다.

베토벤을 "음악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말하는 프레데리크 기는 곱슬 거리는 회색빛 머리칼과 두꺼운 눈썹이 특징인 외양마저 베토벤을 닮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벨기에 출신의 고(古)음악 거장 필립 헤레베헤도 베토벤 교향곡 2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헤레베헤는 오는 6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가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을 연주한다.




고음악은 르네상스·바로크·고전파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격음악이나 원전연주로도 불린다.

이번 베토벤 교향곡 2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헤레베헤의 70세 생일,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창단 25주년,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헤레베헤는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졌지만, 베토벤 해석에도 정평이 나 있다.

2011년 발매됐던 그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에 대해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은 "탁월하고 활기 넘치며 지적인 연주"라고 평한 바 있다. 헤레베헤 자신은 "비브라토(떨림), 아티큘레이션(선율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는 연주기법), 심지어 리듬 하나하나까지 모두 고증된 베토벤 시대의 연주법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 드림팀'으로 불리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의 10월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첫 내한 공연 프로그램에도 베토벤이 포함됐다.

LFO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더불어 최고의 클래식 음악축제로 손꼽히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을 위해 결성된 오케스트라다.

음악감독을 지낸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단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주축으로 조직됐으며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런던 심포니 등 전 세계 주요 관현악단의 수석급 연주자들이 단원으로 합류해 '드림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첫 내한 공연을 이끄는 지휘 거장 리카르도 샤이는 2014년 타계한 아바도의 뒤를 이어 작년부터 LFO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메인 프로그램은 원시적인 색채감이 빛나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지만, 전반부에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및 교향곡 8번이 연주된다.

샤이는 친숙한 독일 고전마저 특유의 단단한 리듬감과 풍성한 화음으로 새롭게 요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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