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사건도 억울함 없게"…민사항고 전담 서울동부지법원장

입력 2017-04-24 06:12  

"소액사건도 억울함 없게"…민사항고 전담 서울동부지법원장

재판관 줄어 전담 재판부 없어지자 직접 팔 걷어붙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택시기사 김모씨는 2011년 5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호텔 앞에서 승차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20만원을 물게 됐다.

김씨는 억울했다.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말다툼했는데 그 사람이 앙심을 품고 허위 신고를 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과태료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오히려 과태료를 30만원으로 늘렸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2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제20민사부는 신고인의 전화번호가 택시·택배 기사 등이 사용하는 무전기 휴대전화의 식별번호인 '013'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승차거부 신고를 승차거부가 발생한 지 40분 후에 했다는 점도 납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달 20일 과태료 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이 재판을 담당한 제20민사부 재판장은 다름 아닌 이승영(55·사법연수원 15기) 법원장이다.





제20민사부는 원래 재정신청 결정 등을 담당해왔을 뿐 사건을 맡지는 않았으나, 이 법원장 부임 이후 민사항고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경매 등 집행처분 불복, 가압류 등 보전처분 불복, 과태료 부과 불복 등이 대표적인 민사항고 사건이다.

동부지법에는 원래 민사항고 전담 재판부가 있었으나 재판관 수가 지난해보다 2명 줄면서 폐지했다.

다른 재판부에 민사항고 사건을 맡기자니 일손이 부족할 듯싶어 이 법원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민사항고 사건은 기일을 잡지 않고 이해당사자가 제출한 서류만을 검토해 신속히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같은 제20민사부 소속인 남우현 공보판사는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면밀하게 기록을 검토해 억울하게 재산상 손해를 입는 당사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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