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말싸움만 벌인 대선 TV토론, 이런 거 계속해야 하나

입력 2017-04-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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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말싸움만 벌인 대선 TV토론, 이런 거 계속해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대선후보 TV토론이 헛돌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후보들의 국정 구상이나 공약, 정책 등에 대해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아가는 자리가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23일 열린 5개 주요정당 대선후보 초청 토론의 첫 주제는 외교ㆍ안보ㆍ국방이었다. 정치 분야 2시간 중 1시간 정도 할애됐으나 정작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핵심적 사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5.9 대선'을 앞두고 준비된 총 6번의 후보 토론회 가운데 이날로 절반을 마쳤는데, 남은 토론회도 별반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은 안보 위기 상황인데도 후보들은 이렇다 할 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각 후보가 모두 발언에서 짤막하게 원칙적 언급만 한 게 전부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절대 북핵ㆍ미사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지도자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국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되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한 전략부터 세우겠다"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고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며 "먼저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중국 정부를 적극 설득해 대북제재에 동참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데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면 살기 어려워진다"며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들여오고, 해병특전대를 창설하겠다"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진짜 안보가 필요하다. 안보 팔이 장사, 색깔론은 끝내야 한다"며 "다자외교를 주도해 나가면서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평화와 경제협력·공동번영 관계로 대전환할 복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북핵에 대한 군사대응책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지력으로 충분하다. 평화외교를 추진해 비핵화를 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안보 위기는 초미의 관심사이고 대선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대선후보라면 당연히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안보 대책을 내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의무가 있다. 누가 안보 적임자인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도 주어진 한 시간 동안 정교한 안보해법을 내놓은 후보는 없었다. 상당수 후보가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배경과 관련한 '송민순 문건' 논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토론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홍 후보의 대선후보 사퇴 여부, 문 후보 아들과 안 후보 부인의 특혜채용 의혹 등이 엉뚱하게 끼어들기도 했다. 정책이라고 해야 사병 처우 개선 문제가 거론된 게 거의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오죽하면 홍 후보가 "이 자리는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이런 식이 돼선 토론회 무용론이 나올 법하다. 후보의 미래 비전이나 국정 포부는 실종되고, 서로 과거 흠결만 추궁하는 이전투구식 토론회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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