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劉 "인권결의 계속 말바꾸기"…文 "당시 기록 확인됐다"
'네거티브' 공방…安 "제가 'MB 아바타'냐"에 文 "그게 제 생각"
安, 대북관 비판에 "실망이다"…洪 돼지흥분제 비난에 "12년전 고해성사"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23일 열린 토론회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말 바꾸기 논란'이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기권 결정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주장에 맞서 문 후보 측은 기권 결정을 내리고 나서 북측에 통보했다는 자료를 이날 공개했지만, 토론회에선 문 후보의 발언이 계속 달라졌다는 점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나왔을 때) 문 후보는 '기억 안 난다'고 했다가, 올해 2월에는 '국정원을 통해 확인해봤다'고 했다가, 지난 13일 토론에선 '국정원을 통해 북한에 물은 게 아니다'고 했다가, 19일 토론에선 '휴민트 정보망을 통해 상황만 진단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노무현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송민순 회고록 논란', '국가보안법 폐지 압박' 등 문 후보의 '6대 거짓말 사례'를 지목하며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거짓말 안 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잘못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홍·유 후보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왜 그런 결정을 했고, 그런 절차가 왜 필요했는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번 사안에 처음부터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다른 후보들의 파상 공세에 물러서지 않았다. "제대로 확인해보기 바란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맞섰다.
그는 특히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당시 기록을 거론,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권으로 결론 내렸다"며 기권 결정을 내리고 북한에 이를 통보한 것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이 대선 길목에 또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은 실망스럽다"며 이번 논란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판박이라고 응수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네거티브' 문제를 놓고 문 후보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과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의 '갑질' 논란, 민주당이 작성했다고 국민의당이 폭로한 '안철수 네거티브 문건' 등이 대상이었다.
안 후보는 자신에 대해 '갑철수(갑질 안철수)' 표현을 확산시키라고 적힌 네거티브 문건을 들어 보이며 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고 물었다.
그는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게 특혜냐, 아니면 권력 실세 아버지를 둔 아들이 5급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특혜냐"며 두 사안을 검증하기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안 후보가 이어 문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인가"라며 자신을 향한 문 후보 지지자들의 비난을 거론하자 문 후보는 "항간에 그런 말이 있다"며 "그것이 제 생각"이라고 쏘아붙였다.
문 후보는 "아마도 이런저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공격받는 것 말하는 모양인데, SNS상의 그런 악의적 공격은 내가 여기 후보 모두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고도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방에 대해 홍 후보는 "두 분 토론하는 것을 보니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참 알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와 유 후보로부터 대북·안보관을 놓고 오락가락한다는 협공을 당했다. 보수층 지지를 탈환하려는 두 보수 진영 후보의 '공동전선'이 안 후보를 상대로 펼쳐진 것이다.
홍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왔다 갔다 했다. 개성공단 중단도 왔다 갔다 했다. 햇볕정책도 왔다 갔다 했다"며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오락가락하니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안 후보를 공격했다.
유 후보도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지난 20일 유세에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초대 평양 대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런 부분을 어떻게 안 후보와 이야기도 안 하고 박 대표가 말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홍 후보가 지적한) 그중 절반은 일부 말만 따온 말장난이다. 그것이야말로 네거티브"라고 반격했고, 유 후보에 대해서도 "실망이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분(박 대표)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라며 "농담 삼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에 대해선 대학교 1학년 때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다는 지난 2005년 자서전 내용을 둘러싸고 안 후보, 유 후보, 심 후보가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등 토론회 초반부터 집중 공격이 이뤄졌다. 심 후보는 홍 후보와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아예 홍 후보를 외면했다.
이에 홍 후보는 "신부 앞에 가서 고해성사하면 죽을죄도 용서한다고 한다"며 "이미 12년 전 고백하고 잘못했다고 했다. 45년 전 그 사건은 정말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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