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집회 후 도로점거 참가자 무죄 확정…"최소한의 신뢰성 확보장치 미흡"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원본이 없고 촬영 당사자도 불분명한 채증 사진은 집회 참가자의 도로 불법 점거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4일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했다가 도로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4)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3년 5월 1일 민주노총이 서울광장에서 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뒤 다른 집회 참가자 1천500명과 함께 프라자호텔 앞 6개 차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경찰이 촬영한 채증 사진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김씨의 변호인 측이 채증 사진의 원본 존재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당초 촬영 당사자로 알려진 경찰관이 아니라 다른 경찰관이 집회 현장에서 촬영 카메라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채증 사진의 진위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다.
1, 2심은 "채증 사진 파일의 원 촬영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최소한의 신뢰성 확보장치도 미흡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능력'은 증거로서 쓸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말한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이를 토대로 특정인의 혐의가 유죄임을 입증할 만큼 '증명력'을 가졌는지를 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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