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부동층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통상적으로는 대선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부동층은 줄어드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층이 많다는 것은 흔쾌히 선택할, 호감 가는 후보가 없다는 얘기다. 최선이 아닐 경우 차선을 택하게 되지만 이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유권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정책 대결 대신 이전투구식 싸움이 난무하는 수준 낮은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과 거부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선 가능성에서 한참 먼 보수 후보들의 침체로 갈 곳 잃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마음 둘 곳 없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4일 공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층은 21.3%로, 2주일 전 14.5%, 1주일 전 20.6%에 이어 계속 증가 추세다. 역대 대선의 경우 이 정도 시점이 되면 부동층은 10% 초반대로 줄어드는 게 상례다. 특히 비교적 표심을 일찍 정하는 60대 이상의 부동층 비율이 26.5%로, 20대(24.1%)나 30대(21.3%)보다 높았다. 지역적으로는 강원·제주(34.3%), 대구·경북(25.6%)의 부동층이 많았다. 지금이라도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도 34%나 됐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인 25.5%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부동층 규모는 종전과 다른 선거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대선에서 흔했던 보수·진보, 영·호남 등 이념과 지역에 따른 '묻지 마 몰표' 경향에서 탈피하는 조짐이 확연하다. 또 대통령 탄핵 이후 급하게 치러지는 대선의 성격에다, 안보위기·실물경제 침체 등이 겹쳐 이번에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이런 유권자 기대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자질을 갖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몇 차례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알 수 있듯 후보들의 품격이나 인식 수준이 향후 5년을 믿고 맡길 만큼 미덥지 않다는 게 시중 여론이다. 과거 회귀적인 신상털기만 난무할 뿐 미래 비전이나 정책 경쟁이 실종된 것도 걱정이다. 변변한 공약조차 없는 후보들이 즐비한데 유권자의 성에 찰 리 없다.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선을 정상궤도로 되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명쾌한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 의혹을 쌓아둔 채 대선이 끝날 때까지 어물쩍 버티면 된다는 식은 안 된다. 인신공격을 겨냥해 의혹 제기를 한 대선후보가 있다면 서둘러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하느라 공약과 정책을 소홀히 했다면 다시 가다듬어 생산적 경쟁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 유권자들에게 각 후보와 '공약·정책 궁합'은 맞춰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도리일 것이다. 찍을 후보가 없어 부동층으로 돌다가 끝내 기권을 선택하는 사실상의 참정권 제약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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