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사무관, 김기춘·조윤선 재판 증언…"문체부, 비공식 가이드라인 제시"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황재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사업선정 심사위원을 보수적인 인사들로 채우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이모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실행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며 세부 내용을 물었다.
이 문건에는 '비공식 내부 가이드라인 관리'라는 문구와 함께 700명 수준인 영진위 심사위원의 인재풀을 400명가량으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이 사무관은 "청와대에서 '심사위원 인재풀 규모가 너무 크고 대부분 소위 '좌파' 영화인이라서 400명 정도로 줄이고 중립적, 보수적 인사로 최대한 교체하라'는 지시를 받고 작성했다"고 문건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심사위원을 뽑을 때는 먼저 인재풀에서 3배로 임의 추출해 위원장이 연락하는 순서대로 위원을 선출하는데, 이를 5배수로 넓혀 위원장이 선택할 폭을 넓히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문건 내용 중 '심사 단계에서 정치 편향적 내용 내부 가이드라인 정리'라는 문구에 대해 이 사무관은 "문체부에서 세운 기준을 영진위에 비공식으로 전해서 가이드라인으로 삼게 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 신모 행정관에게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영화관 동성아트홀에 대한 영진위 지원을 배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정부 비판적인 영화를 상영한 영화관에 불이익 조처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간 끝에 지원 배제 지시가 내려갔다고 본다.
이 사무관은 신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천안함 프로젝트'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현황을 보고했고,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2014년에도 동성아트홀에 지원금을 줘도 될지 문의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문체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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