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 압도한 세대 대결…세대별 지지성향 확연하게 차이
화두는 '경제'…2040세대, 보수 정권의 경제 정책에 분노
해법은 '소통'…분열의 정치 끝내고 '소통의 리더십'으로 사회통합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지난 1987년 직선 대통령제 도입 이후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최대 변수중 하나는 지역이었다.
영호남 표심을 겨냥한 합종연횡이 부상했고, 어김없이 '지역주의 망령'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역 변수의 영향력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작아지고, 오히려 2030대 청년층과 6070대 고령층의 세대 간 대결양상이 뚜렷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을 놓고 세대별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치적 성향에 머물지 않고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 증폭은 대선 이후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가고 공동체의 역량을 결집해 통합을 해나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지역갈등 압도하는 세대 대결…세대별 지지성향 확연하게 구분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 18~20일 조사 결과(전국 성인 남녀 1천4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1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기준 가중치 부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19∼29세에서 53%, 30대에서 61%, 40대에서 54%를 차지했다. 그러나 60대에서는 17%로 뚝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 정반대 현상을 보였다. 19세∼29세의 지지율은 16%, 30대 19%, 40대 25% 수준이었지만, 60대 이상에서는 44%로 급상승했다.
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경우 19세∼39세에서 불과 2∼6%의 지지를 받았지만, 60대 이상에서는 18%의 지지를 받았다. 60대 이상의 지지율은 문 후보의 지지율을 뛰어넘는 수치다.
세대별 지지성향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세대간 대결 양상은 지역갈등을 압도하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에서 문 후보 24%, 안 후보 23%, 홍 후보 26%의 지지율을 보여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호남 지역에서도 문 후보는 51%, 안 후보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수도권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에서도 세대 간 분리 현상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며 "세대 간 대결 양상이 지역갈등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밝혔다.
특히 탄핵정국은 세대 간 대결 양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국갤럽이 2월 28일∼3월 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앞두고 전국 성인 1천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19∼29세 92%, 30대 95%, 40대 89%가 탄핵에 찬성했다.
그러나 60대 이상에서는 탄핵 찬성이 50%로 떨어졌다. 60대 이상에서는 탄핵 반대가 39%로 급상승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거리의 목소리로 이어졌고,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전국이 탄핵 찬·반 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화두는 '경제'…보수 정권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
전문가들은 최근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에서 찾고 있다.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청년 실업이 굳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한창 일해야 하는 젊은 계층의 분노가 정치 성향에 그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업률은 4.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경제고통지수는 6.4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1분기(6.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지표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계량화한 것이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1.0%)보다 0.8% 포인트 높은 1.8%로, 실업률은 0.1% 포인트 높은 3.8%로 예상했다.
결국,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경제가 회복되고 청년실업 등이 완화된다면 세대갈등도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젊은 세대는 보수 정권 10년 동안 더욱 살기 힘들어졌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며 "문 후보가 진보 성향이어서 지지한다기보다는 보수 정권으로는 안 되겠다는 불만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소통'…분열의 정치 끝내고 화합의 정치를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세대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리더십의 핵심으로 '소통'을 꼽았다.
이념 갈등에 이어 세대갈등이 사회적인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세대 간 연결고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는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 역사적인 경험이 너무 빈약하다. 갈등이 발생하면 공권력이 개입하거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며 "그러나 사회통합을 위한 해법은 '소통'에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DNA를 해소하려면 '소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소통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갈등의 골은 좀처럼 매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이제는 표를 얻기 위해 세대갈등을 조장하는 정치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관용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인들이 분열의 정치를 멈추고, 솔선수범해서 관용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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