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만약 여러분이 좋아하지 않으면 교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경질' 가능성을 언급하자, 오찬장은 일순간 썰렁해졌다.
잠시 후 대사들이 농담을 눈치채고 하나둘 웃음을 터뜨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지 않겠다"고 거둬들인 뒤 헤일리 대사는 "환상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 무대에서 사린 가스로 자국민을 공격한 시리아 정부, 그리고 시리아 정부를 감싸는 러시아를 향한 '작심 발언'을 하는 등 트럼프 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등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바뀐 것도 헤일리 대사의 역할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껄끄러운 관계인 두 지도자의 사흘 전 첫 회동은 그의 작품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대해 "사람들이 모여 노는 곳"이라며 미국의 유엔 분담금 삭감을 공언했다.
반면 지난 1월 취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종교와 인종, 국적과 관련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안보리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엔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유엔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하며 유엔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유엔이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유엔이 지금까지 "저조한 성과"(underperformer)를 냈다고 지적했으나, 독설에만 그치지 않고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격려의 말로 발언을 매듭지었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