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 IT단지에 뜬 오징어잡이 배…야근 일상화에 세계 최장 근무

입력 2017-04-30 08:12  

[한국 근로자] IT단지에 뜬 오징어잡이 배…야근 일상화에 세계 최장 근무

獨보다 742시간 더 일하고 1만달러 덜 받아…고용 불안·임금격차 심화

노조 가입률 10% 미만…고용·근로 여건 '바닥' 수준

"차기 정부, 근로시간·비정규직·최저임금 등 노동문제 해결해야"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5월 1일 '근로자의 날'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날이다.

여러 차례 근로자의 날이 지났지만 한국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바닥' 수준이다.

근로시간은 세계 최장이지만 임금은 높지 않다.

야근은 일상이 됐고 휴일 출근도 하지만 임금 수준은 근로 시간이 짧은 다른 나라보다 낮다.

고용의 안전성도 높지 않고 기업 규모별, 성별, 근로자들 간 임금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업무 효율화와 근무여건 개선, 노동문화 개선, 법정 노동시간 준수로 노동시간이 단축돼야 근로자의 삶도 나아지고 노동 생산성도 올라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기본법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며 "법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어서 법이 지켜지도록 근로감독 행정 강화가 함께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근로 시간 OECD 2위…직장인 77% "근로시간 줄여야"



30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천246시간)를 제외하면 가장 길다. OECD 가입을 추진 중인 코스타리카(2천230시간)를 감안해도 세 번째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천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오래 일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현재도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천시간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천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1주일 평균 53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76.6%를 차지했다.

대선 후보들도 근로시간 단축 공약을 제시했지만, 대선 이후에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근로시간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기업 반발 등으로 개정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 "정시 퇴근도 허락받아야"…일주일에 2일 이상 야근



이렇게 근로시간이 길다는 것은 야근을 자주한다는 얘기다.

잡코리아의 근로시간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일주일 평균 2.3회 야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직장인 중 76.3%가 강한 피로를 호소했고, 피로를 느끼는 이유 1위로 '잦은 야근'(25.3%)을 꼽았다.

첨단 산업인 정보기술(IT) 업종에서도 야근이 일상화됐다. 특히 게임업종은 심각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밤새워 섬유와 봉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주도했던 구로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는 IT 벤처타운으로 변신한 요즘도 야근에 시달린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오징어잡이 배가 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근로자들의 잦은 야근으로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는 단지 모습이 캄캄한 새벽에 환하게 불을 켜놓고 오징어를 잡는 오징어 배를 연상시킨다는 슬픈 비유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의 이런 야근 문화를 꼬집는다.

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글로벌기업의 직원은 "한국에서는 정시 퇴근을 하면서도 '일찍 들어가보겠습니다'라고 허락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 근로시간만큼 못 벌어…근로자 절반 월급 200만원 이하



한국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벌이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OECD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하는 한국(연간 2천113시간)의 임금은 가장 짧게 일하는 독일(1천371시간)보다 훨씬 낮다.

OECD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3만3천110달러, 시간당 임금은 15.67달러였다.

독일의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4만4천925달러, 시간당 임금은 32.77달러였다. 한국인은 독일인보다 742시간 정도 더 일하고도 연간 임금은 1만1천달러 이상 덜 받는다. 시간당 임금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8위 안팎이다.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생산하는 가치는 작다는 것이다.

낮은 노동생산성에는 여러 원인이 작용하지만 필요 없이 긴 근로시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주로부터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의 45.2%가 2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 미만인 근로자도 11.4%에 달했다.



◇ 평균 근속기간 5.6년…OECD 국가 중 가장 짧아



한국 근로자는 고용 안정성도 상당히 낮다.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여주는 평균 근속기간은 2014년 기준으로 5.6년에 불과했다. 같은 해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발표되는 OECD 25개국 중 가장 짧다.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1.7%로 OECD 29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

근속기간과 임시직 비중을 보면 재계의 주장과 달리 고용이 상당히 유연하다.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도 다른 나라보다 크다.

상위 근로자 임금과 하위 근로자 임금 간 격차를 보여주는 임금 10분위수 배율은 2014년 기준으로 4.6에 달했다. 이는 미국(5.2)에 이어 OECD 23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남녀 성별 임금 차이는 2012년 기준으로 36.3이었다. 남성 임금이 100일 때 여성은 63.7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성별 임금 차이는 OECD 평균인 14.5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고 OECD 22개국 중 가장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9.9%로 OECD 29개국 중 4번째로 낮았다. 90% 이상의 근로자는 자신을 보호해주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줄 조직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lees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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