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전략무기가 북한의 도발 억제 차원에서 속속 한반도에 집결하고 있다. 북한의 창군절인 25일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SSGN 727·1만8천여t)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사거리 2천㎞가 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0여 발을 탑재한 미시간호는 원거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단독 작전수행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6∼27일 동해로 진입할 예정인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우리 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이 한반도 주변에서 대북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 독일 정상과 잇달아 '북핵 전화통화'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계속 대북 압박과 관련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상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새로운 대북정책을 비공개 브리핑할 계획이다. 상원의원이 모두 초청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취임 100일 이벤트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북정책에 초당적 협조를 요청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트럼프는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하고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주문했다. 이달 28일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주재로 유엔 안보리의 장관급 북핵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북한을 향해 연일 '경고장'을 날리는 중국도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대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군이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 북·중 국경 지역에 이달 중순부터 임전 태세 다음 단계인 '2급 전비 태세'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군 20만 병력이 긴급 출동 대비태세에 들어갔다는 홍콩발 보도도 있었다. 북한은 창군절을 맞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훈련으로 대응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장사정포를 비롯한 각종 화포 300∼400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미국을 향해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며 정면 대응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컸던 창군절이 지나도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좀처럼 완화하지 않을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고강도 대북 압박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막는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의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을 겨냥해 '한발 뒤로 물러나는 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지혜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고집하면 한반도는 언제든 무력충돌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세심한 위기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 궐위 상태이긴 하나 대북 문제에서 주변국과 긴밀히 공조해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가 우리를 배제한 채 미·중 등 강대국 사이에서 논의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선 후보들도 과거에만 발목이 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작금의 안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