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회사 첫걸음…신동빈에 힘 싣고 '일본' 꼬리표 뗀다

입력 2017-04-26 17:02   수정 2017-04-26 17:09

롯데, 지주회사 첫걸음…신동빈에 힘 싣고 '일본' 꼬리표 뗀다

순환출자 고리도 67→18개로…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과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롯데푸드 등 4개 유통·식품 계열사가 25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분할(사업·투자회사)과 합병을 결의하면서,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향후 4개 투자회사는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다시 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롯데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총수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강화, '일본 회사' 논란 불식,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1석 3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 롯데제과 중심 4개 투자회사 합병해 지주회사로…신동빈 장악력 커질 듯

이날 이사회 결의 내용이 8월 31일 주총을 통해 확정되면,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롯데 푸드는 각각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기존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투자회사)의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제과에 8.78%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신설 투자회사에 대해서도 8.78%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기업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한 다른 기업들의 전례와 마찬가지로, 분할 이후 신 회장 등 총수 일가와 계열사들은 신설 4개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을 각 투자회사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투자회사의 신주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와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투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즉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다음 단계로 이들 4개 투자회사를 롯데그룹의 '뿌리'인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하나의 지주회사, '롯데지주 주식회사'로 합병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4개 회사 투자부문의 시가를 당장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병 비율은 일단 관련법으로 정해진 방식에 따라 '본질가치'로 평가해 외부평가기관이 산정했다. 이렇게 탄생하는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 경영평가, 업무 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는다. 이 지주회사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꾸려질 예정이다.

주총 승인을 전제로 합병 기일은 10월 1일이며, 이후 4개 사업회사는 변경상장, 재상장 심사 절차를 거쳐 10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SK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총수 일가들이 대부분 현물출자를 한다는 가정 아래 신생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 각 사업회사의 지분을 20~50% 보유한 막강한 지주회사가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 지분율 계산은 어려운 단계지만,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도 현물출자와 신주인수 등을 거치며 현재 4개 회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 회장의 지분율은 ▲ 롯데제과 8.78% ▲ 롯데쇼핑 13.46% ▲ 롯데칠성 5.71% ▲ 롯데푸드 1.96% 수준이다.

여기에 계열사 우호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의 한국 롯데 장악력은 더욱 탄탄해진다.









◇ 67개 순환출자 고리 18개로 줄어

지금까지 롯데를 괴롭혀온 '낙후된 지배구조' 이미지도 지주회사 체제 구축 과정에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2015년 중반까지 무려 416개에 이르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다. 이런 롯데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2015년 7월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사회적 지탄을 받자, 신동빈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국민에 약속하고 같은 해 8월 이후 두 달 동안 약 84%(349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신 회장이 사재를 털어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이고,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롯데그룹에는 6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다.

이날 법인분할로 방향을 잡은 4개 계열사는 이 순환출자 고리에서 '핵'과 같은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각각 무려 63개, 54개의 순환출자 고리에 간여하고 있고, 이 가운데 50개를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롯데리아-대홍기획-롯데제과'처럼 롯데제과로 시작해 롯데제과로 돌아오는, 무려 9개의 계열사가 이어진 순환출자 고리를 달고 있을 정도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가 포함된 순환출자 고리도 각각 30개와 27개에 이른다.

따라서 이들 계열사로부터 분할된 투자회사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지배구조는 단순해지고 상당수 순환출자 고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여기에 덧붙여 많은 순환출자 고리의 말단에 있는 '대홍기획-롯데제과' 고리를 끊기 위해 대홍기획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을 신동빈 회장이나 다른 계열사가 사들이는 작업이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와 증권업계는 4개 투자회사의 분할·합병만으로도 67개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50여 개가 해소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지주회사 전환·국적논란의 마침표는 '호텔롯데 상장'

애초 신동빈 회장과 롯데가 지난 2015년 민망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처음 구상한 그룹 지배구조 개선 전략의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었다.

현재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L 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고,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12개 L 투자회사들 호텔롯데 지분의 98%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에서 롯데와 관련해 '일본 기업' 논란, 국적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해법으로 신 회장은 2015년 하반기 이후 호텔롯데 상장을 서둘렀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체 호텔롯데 주식의 35%를 개인·기관투자자에 내놓되, 이 가운데 25%는 신주, 10%는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구주매출)하는 방식의 공모를 꾀했다. 계획대로 공모가 마무리되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의 지분율을 98%에서 65%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지난해 6월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전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무산됐다.

더구나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호텔롯데 이익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면세사업부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에, 당장 상장을 다시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과 롯데는 대안으로서 우선 쇼핑·식품 계열사를 묶어 지주회사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 대신 한국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첫 번째 지주회사를 일단 설립하고, 향후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등 각 BU(사업부문)를 대표하는 기업들과의 연계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유통·식품 계열사를 묶은 '롯데지주 주식회사'의 탄생만으로도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도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가 되겠지만,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 꼬리표를 더 확실히 떼고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결국 호텔롯데 역시 합병 또는 분할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벌써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이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안,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를 사업·투자회사로 쪼갠 뒤 상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을 먼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순서가 바뀌었다"며 "호텔 상장이 이뤄져야 큰 틀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다는 건 변함이 없다"고 진단했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