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 멜랑숑, 마크롱 지지 거부…극우 르펜, 의외의 우군에 반색

입력 2017-04-26 10:55   수정 2017-04-26 10:57

극좌 멜랑숑, 마크롱 지지 거부…극우 르펜, 의외의 우군에 반색

르펜에 대한 무언 지지로 해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다음 달 7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극우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좌우 연대 전선이 구축된 가운데 사면초가에 몰린 마린 르펜 전 국민전선(FN) 대표가 의외의 우군을 얻었다.

주인공은 지난 23일 1차 투표에서 19.58%의 높은 지지를 얻어 4위를 차지한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르펜의 집권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 프랑스 좌우 진영이 잇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지지에 나섰지만 멜랑숑만 유일하게 합류하지 않았다며 이는 르펜에 대한 무언의 지지로 해석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멜랑숑과 르펜은 극좌와 극우라는 정반대 정치성향을 가졌지만, 기성 정치권에 반기를 든 비주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이들은 모두 반(反)유럽연합(EU)과 반세계화, 반시장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약에서도 많은 유사점을 보인다.

멜랑숑과 르펜은 EU 역내 노동력의 자유이동이 프랑스의 저임금과 고실업을 야기했다고 입을 모으며 각각 EU 재협상과 탈퇴를 주장했다.

또 은행가 출신의 마크롱을 수천 명의 삶을 망친 친(親)시장주의자로 묘사하며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을 공략했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르펜 측은 1차 투표 후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멜랑숑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그의 지지층의 흡수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멜랑숑도 마크롱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자 르펜 측은 마치 멜랑숑의 공식적 지지를 받은듯 크게 반색하고 있다.

르펜 캠프의 선대 본부장 플로리앙 필리포는 "많은 멜랑숑 지지자가 마크롱에 투표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라며 "이 중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멜랑숑 측은 마크롱에 대한 지지 거부가 극우 르펜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런 해석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멜랑숑이 이끄는 '프랑스 앵수미즈'는 현재 지지자들과의 인터넷 '상담'을 통해 다음 달 7일 결선 투표에서 어느 난에도 표시하지 않는 무효표 혹은 기권표를 던지거나 마크롱을 찍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집권 사회당과 마크롱 캠프 내 멜랑숑 비판자들은 무효표나 기권은 결국 르펜의 당선을 돕게 될 것이라며 자존심을 상처받은 멜랑숑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당 소속 말렉 부티 하원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마크롱 지지 거부는) 멜랑숑의 자존심일 뿐이고, 이는 아주 심각한 실수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그는 이미 르펜이 이끄는 FN에 큰 격려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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