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11개월 딸 살해 후 자살' 생중계 영상 방치 논란

입력 2017-04-26 10:43  

페이스북, '11개월 딸 살해 후 자살' 생중계 영상 방치 논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길가는 행인을 이유 없이 살해하거나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도구로 쓰였던 페이스북의 생방송 서비스 '페이스북 라이브'가 이번에는 생후 11개월 딸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태국 남성의 '데스노트'로 활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측은 충격적인 딸 살해 장면이 담긴 문제의 영상을 무려 24시간이나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면서 자살을 조장하고 방조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대 태국 남성이 생후 11개월 된 딸을 목매달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약 24시간가량 방치했다.

이 남성은 푸껫의 한 버려진 호텔 건물에서 지난 24일 오후 4시 50분과 4시 57분 2차례에 걸쳐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담은 라이브 영상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올렸다.

이후 현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 사건이 널리 알려졌지만, 페이스북은 꼬박 하루가 지난 25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그것도 태국 정부의 통보를 받고서야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끔찍한 사건이다. 페이스북에 이런 콘텐츠가 자리 잡을 공간은 전혀 없다.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이 영상을 즉각 삭제하지 않고 꼬박 하루 동안 방치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타위신 비사누요틴 태국 보건부 대변인은 "이 영상이 여러 사람에게 우울증과 모방 자살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며 "페이스북은 즉각 영상을 지웠어야 했다. 그것은 페이스북의 의무"라고 말했다.

또 정신건강국장인 분루엉 뜨리루엉워라왓 박사는 "이런 영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물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루엉 국장은 "특히 영상이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었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자살행위가 마치 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 질 수 있다"며 "단지 영상을 본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신문들도 24시간이 지나서야 영상이 삭제된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범죄 생중계 영상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6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는 스티브 스티븐스(37)라는 남성이 길가는 행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한 바 있다.

스티븐스의 범행 장면 영상은 3시간 동안이나 페이스북에 올라 있어 페이스북의 포스팅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는 15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고, 지난 1월 스웨덴에서도 10대와 20대 남성이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생중계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라이브' 이용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지자 지난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자살 의심 행동이 보이면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홍보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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