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녀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조례나 법안 제정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정명희 부산시의원이 지난 2월 말 발의한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은 상임위가 연기돼 한 달 넘도록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대선이 끝나는 내달 17일 상임위 조례안 심사를 거쳐 임시회에서 의결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조례안이 통과하면 시민단체가 지자체 묵인 아래 세운 소녀상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구청의 정기적 관리·지원을 받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조례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시의회 관련 상임위 의원 8명 중 6명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고 조례 심의과정에서 일본 공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돼선 안 된다는 정부 측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진척이 없다.
국회 상임위 일정이 대선 때문에 연기돼 안건 상정이나 심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김 의원 측은 예상했다.
이 법안은 민간단체가 설치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등이 여성가족부 심의를 통과하면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기념사업 등을 지원할 근거는 있으나 민간 기념사업이나 민간이 설치한 조형물에는 지원 근거가 없다.
정명희 시의원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등 민간단체가 설치한 조형물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훼손 위험에 노출돼 있어 하루속히 지원조례나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는 사이 소녀상은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남성 2명이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옆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을 세우려 했으나 시민과 구청의 제지로 무산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앞선 지난 19일에는 서울에 사는 박모(78) 씨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에 발길질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소녀상을 관할하는 동구청은 26일 "일본영사관 소녀상 주변에 다른 조형물이나 설치물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소녀상 훼손 시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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