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중부서 정형기 경사, 공장일로 손목 잃고 실의에 빠지자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잃어버린 제 손을 되찾은 마음입니다."
26일 오전 경남 김해중부경찰서에서 1년 4개월 만에 의수(義手)를 낀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이주노동자 강 베냐민(41) 씨 눈가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의수를 선물한 사람은 강 씨 바로 곁에서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선 외사계 정형기(42) 경사다.
강 씨는 정 경사가 직접 만들어준 오른손 의수를 낀 채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그는 오른손을 잃은 후 처음으로 타인과 악수를 했다.
두 사람 간 인연은 1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1월 30일, 강 씨는 이날 김해 한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프레스 기기 오작동으로 오른쪽 손목을 잃었다.
기기에 부서진 손목은 형체도 없고 펑펑 피가 쏟아졌다.
기절한 채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졌지만 잃어버린 손목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산재처리는 됐고 상처는 아물어갔지만 한순간에 오른손을 잃은 충격으로 깊은 실의에 빠졌다.
아내마저 2차례 수술을 해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 컸다.
고려인 식당을 옮겨 다니며 허드렛일을 하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일로 어렵게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딸과 아들에게 손을 잃어버린 소식을 전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절망에 빠진 강 씨에게 손을 뻗어준 이가 바로 정 경사였다.
정 경사는 외국인을 돌보는 외사 업무를 하면서 강 씨가 입원했을 때도 곧바로 달려갔다.
정 경사는 강 씨가 잃어버린 손에 의수를 착용하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점을 잘 알았다.
의수는 아주 단순한 것이 300만∼500만원, 정교한 것은 3천만원을 웃돌았다.
평소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정 경사는 고민을 거듭하다 직접 3D 프린터기로 의수를 만들어 선물하기로 했다.
정 경사는 올 초부터 퇴근 후 강 씨를 만나 왼손을 우선 스캔하고 모형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던 정 경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에 몰두, 마침내 강 씨 손에 딱 맞는 의수를 제작했다.
정 경사가 직접 의수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청년 미술작가 동이화(30) 씨는 실제 사람 손처럼 색을 입혀 줬다.
손톱마저 실제처럼 느껴졌다.
거의 3개월 만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만들어졌다.
의수를 낀 강 씨는 "내 손에 너무나 잘 맞다"며 다시 한 번 눈물을 글썽였다.
정 경사는 "강 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흐뭇하다"며 "의수가 혹시 손상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하겠다"고웃었다.
공대를 졸업한 정 경사는 강 씨를 위해 직접 손을 움직일 수 있는 전자 의수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이 많은 김해지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형'으로 불릴 만큼 따뜻한 사람이다.
정 경사는 필리핀어 외사특채자로 평소에도 생활환경이 어려운 지역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에게 온정을 베풀어 왔다.
그는 5월 1일 자로 7년간의 김해 근무를 마치고 고향이 있는 전남지방경찰청으로 떠난다.
강 씨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의수를 선물한 정 경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비록 의수를 착용했지만 할아버지·할머니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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