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한 사찰이 "승려에게 절 업무는 자기연찬"이라며 승적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 2명에게 시간 외 수당을 주지 않았다가 외부노조가 대리협상을 벌인 끝에 4년간 밀린 시간외 수당을 지급했다.
사찰 측은 스님에게는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고 해명하면서 앞으로는 근무시간을 체크하는 타임카드 등을 도입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교토(京都)에 있는 진종대곡파(眞宗大谷派) 본사인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는 승적 보유자인 전(前) 직원 2명에게 4년간 밀린 시간 외 수당 657만 엔(약 6천650만 원)을 지급했다.
38세와 34세인 이들은 201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찰을 방문하는 신도들을 안내하고 돌보는 보도(補導)로 근무했다. 숙직 근무를 하고 바쁜 달에는 시간 외 근무가 100시간이 넘었지만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인 '교토 유니언'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상담을 했다. 노조 측이 단체교섭에 나선 끝에 사찰 측이 "노무관리가 불충분했다"며 대가지급을 요구한 두 사람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3월 말로 4년간의 임기가 만료됐다. 희망하면 1년 연장하는 게 관례였지만 당사자들의 희망에도 불구,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퇴직했다.
38세의 직원은 "우리 2명 외에도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한 직원이 있다"면서 "일자리를 잃을까 무서워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 측에 따르면 1973년에 "시간외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작성했지만, 이후에는 직원을 채용할 때 시간외 수당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보도'가 시간외 수당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찰 종무소 총무부장은 "사찰이 자기연찬장이기는 하지만 공짜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각서의 내용도 시대에 맞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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