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폴크스바겐(VW)의 자동차 배출가스 속임수로 시작된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태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개혁이 독일 정부의 거부로 자칫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25일(현지시간) EU가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환경과 시민 건강 보호 등을 위해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만든 개혁안의 핵심 사안들을 거부하고 있다고 독일 정부와 EU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U는 각 회원국 자동차 형식승인 당국과 배출물질 검사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고, 검사수수료를 검사기관에 직접 내지 않고 각국 정부에 내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신에 이를 재원으로 삼아 정부가 검사기관 설립 및 운영자금을 대도록 했다.
현재는 업체가 신차 형식승인을 받을 나라나 검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각국 당국이 해당 업체의 '경제적 기여'를 감안해 승인제도를 느슨하게 운용하고,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검사기관들이 '눈을 감아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EU는 또 실험실 내 공식검사 때 배출가스가 기준치 이하더라도 도로주행 중인 차를 불시에 점검, 그보다 더 많은 독성 물질이 배출될 경우 차량 1대당 3만 유로의 벌금을 제조업체에 부과하고 차주에게도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이 같은 개혁안을 마련했으며 지난 2월엔 유럽의회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이 개혁안의 핵심 사안들에 반대하고 있어 다음 달 말 개최 예정인 EU 회원국 관계 장관 회의(이사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라고 SZ는 보도했다.
EU에선 회원국 전체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법(규정)은 집행위 및 의회, 회원국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 등 3개 기관의 합의로 최종 결정, 시행된다.
따라서 독일을 필두로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등이 계속 반대해 이사회 내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 법안은 표류하게 되며 결국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디젤게이트가 터진 지 19개월이 지났으나 독일, 룩셈부르크, 스페인, 영국 등은 아직 배출가스 조직 관련 업체들에 벌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 프랑스 검찰은 르노와 피아트-크라이슬러에 이어 푸조-시트로앵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발표하는 등 사건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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