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고문에서 "CIA 무능, 결점 폭로한 데 대한 보복"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잇따른 정부 기밀 폭로로 미국 정부로부터 기소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편집자 줄리언 어산지가 위키리크스를 적대적 정보기구로 간주한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어산지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위키리크스를 '비국가 적대 정보 기구'로 간주한 폼페오 국장의 최근 발언은 정부에 대한 진실 공개가 범죄가 될 수있다는 그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며, 또 자신의 체포가 최우선 과제라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어산지는 미정부 관리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위키리크스가 지난 3월 7일 '볼트(Vault) 7시리즈'라는 암호명으로 CIA에 대한 '증거'들을 공개한 데 뒤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트 7'은 CIA의 구성과 사이버 공격수단인 바이러스 군비, 그리고 해킹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CIA의 무능과 결함에 대한 놀라운 증거"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어산지는 주장했다.
또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 일상적인 소비제품을 컴퓨터 바이러스로 감염시키려는 CIA의 노력도 폭로하고 있다고 어산지는 지적했다.
어산지는 비선출 공직자인 폼페오 국장이 위키리크스와 같은 (언론)발행인을 '사기꾼'과 '겁쟁이', '적' 등 공개적으로 악마화한 것은 모든 언론인에 대한 경고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키리크스를 적대 기구로 폄하한 폼페오 국장의 주장은 자신들의 정부에 대한 정직한 정보를 받을 미국인들의 헌법상 권리를 겨냥한 비수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매도는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파헤치는 발언들을 범죄시하려다 실패한 관리들에 의해 시도돼 온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키리크스를 적대적 정보기구로 간주한 것은 마치 CIA를 언론기관으로 간주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진실 공개를 범죄로 간주하려는 시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시도 자체를 국가에 대한 범죄로 간주했음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리들은 이러한 권고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어산지는 폼페오 국장이 비(非)미국 시민인 자신이 언론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의 적용 대상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도에 해당한다면서, 거짓과 오도를 일삼는 기구를 이끄는 비선출 공직자가 진실에 대한 유일한 심판자나 헌법의 해석자를 자임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또 폼페오 국장 자신이 위키리크스에 대한 단속을 촉구하면서, 독재정권의 언론자유 탄압에 초점을 맞추도록 위키리크스에 제의한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어산지는 현재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 중이며, 미 정부는 최근 어산지의 기소를 위해 어산지에 대해 스파이 행위나 정부 기밀 유출, 공모 등 수정헌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산지는 폼페오 국장이 CIA를 맡기 전에는 위키리크스 팬이었으며 위키리크스가 경쟁정당인 민주당의 결점을 폭로할 당시에는 위키리크스를 좋아했다면서 "우리가 그의 밥그릇을 건드리자 위키리크스가 그의 타깃이 됐다"고 비꼬았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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