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국경세는 신설 안할듯…기본 세액공제 확대 추진
'세수 결손·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격론 예고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세제 개혁안의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할 세제 개혁안에는 현행 35%인 기업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방안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부동산 개발업체, 헤지펀드, 법률회사 등에 적용되는 개인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39.6%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세금 인하가 바로 사업자 개인의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패스 스루 비즈니스(pass-through business)'라고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보수 진영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세제 개혁안에 이러한 내용을 담으려 하지만, 이는 민주당에 딱 좋은 공격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트럼프'를 내건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을 운영하는 부동산 재벌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세율을 낮춘다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공정 과세를 위한 미국'의 프랭크 클레멘트 사무총장은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기록적인 이익을 내면서도 세금은 회피하는 대기업의 법인세를 대폭 낮춰준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오늘 우리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며 "패스 스루 비즈니스에 대한 감세로 트럼프는 바로 자신의 세금을 대폭 깎아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기본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납세 신고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본 세액공제 확대는 중산층에게는 혜택을 줄 수 있으나, 주택담보대출 이자 세액공제 등 다른 세액공제의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해 정치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수입품은 과세하고 수출품은 면세하는 내용의 '국경조정세'는 이번 세제 개혁안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과 도요타 등 제조업체들은 국경세 신설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국경세가 신설되면 수입 부품이나 제품의 가격을 올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국경세를 유보한 것은 이러한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경세 유보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이번 세제 개혁안의 허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세수 결손과 재정적자 확대 문제다.
싱크탱크인 조세재단은 미국의 법인세율이 현행 35%에서 15%로 낮춰지면 앞으로 10년간 2조2천억 달러(약 2천500조원)의 세수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감세를 통해 미국 경제가 5% 추가 성장해야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에 불과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국경세라도 신설됐으면 이러한 걱정을 다소 덜겠지만, 국경세마저 유보됨으로써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러한 우려로 국경세 신설을 주장했던 하원 세입위원회 케빈 브래디 위원장(공화당)은 "수입품에 대한 과세는 세수 결손을 메우는 것뿐 아니라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며 이를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제 개혁안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미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조정 규정'(reconciliation rules)으로 알려진 절차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 상원 100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일반 법률과 달리 과반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통과된 법안이 세수를 감소시키면 그 법안은 10년 후 소멸한다.
미 상원 재정위원회의 론 와이든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협력 없이 통과시키려 한 '트럼프케어' 법안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라며 무리한 세제 개혁안 통과는 미국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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