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우주, 시간, 그 너머'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현대물리학이 일반인들에게 불가해한 신비학(神秘學)으로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직관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은 생존과 직결된 물리현상을 파악하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만약 눈앞의 적이나 먹이가 아니라 거대 우주나 미세 입자에 관심을 갖는 인류의 조상이 있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감각으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경험의 세계는 17세기 뉴턴이 완성한 고전역학의 경계 안에 있다. 하지만 고전역학은 현대물리학이 다루는 빅뱅, 급팽창,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끈이론과 같은 아주 크거나 작은 세계에선 무용지물이다. 거대 우주나 미세 입자는 우리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고 움직인다는 것이 현대물리학이 밝혀낸 성과다.
신간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동아시아 펴냄)에서 우주의 실체라며 풀어놓는 '평행우주' 혹은 '다중우주' 이론은 넓혀질 대로 넓혀진 듯한 현대물리학의 인식 지평을 한 단계 더 넓힌다.
저자이자 촉망받는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책 도입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에선 자신이 죽었겠지만, 동시에 저 너머의 다른 우주에선 아슬아슬하게 트럭을 피해 살아있을 것이란 도발적인 주장을 편다.
이처럼 우리의 우주와 거의 유사하게 복제된 우주가 '평행우주'며, 평행우주가 무수히 많이 공존한다는 것이 '다중우주' 이론이다. 이 같은 다중우주는 우주가 자기복제를 통해 무한히 팽창하면서 만들어진다고 본다.
다중우주는 현대물리학의 기둥 중 하나인 양자역학에서 출발한다. 양자역학에선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다른 두 장소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말하자면 한 사람 혹은 하나의 사물이 정확하게 같은 시간에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우주 이론은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이야기 같지만, 현대물리학의 난제를 풀어낼 유력한 해법으로서 점점 더 많은 물리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낙우 옮김. 600쪽. 2만6천원.
현대물리학의 기본 개념부터 최신 이론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대중 과학서인 '우주, 시간, 그 너머'(알에이치코리아 펴냄)에서도 다중우주 이론을 소개한다.
이 책에선 다중우주를 전체 우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별개의 존재로 분리돼 있어서 서로 통신이 불가능한 여러 우주로 구성된 우주라고 정의한다.
우주가 얼마 전까지 많은 물리학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138억 년 전의 대폭발(빅뱅)로 생겨난 반지름이 138억 광년인 공 모양의 단일한 공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
저자인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세계적인 스티븐 호킹 박사의 직속 제자이자 주목받는 차세대 천체물리학자다.
책은 화자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정신체(精神體)가 돼 달과 태양계, 안드로메다를 지나 블랙홀과 먼 우주까지 탐사하는 소설 형식으로 쓰였다.
양자역학도, 다중우주도 일반인에겐 여전히 난공불락의 대상이다. 하지만 옛날에 아인슈타인조차 양자역학을 강의한 뒤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내 말을 이해했다면 내가 똑바로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니, 일반인들이 현대물리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김승욱 옮김. 52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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