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장관 비판…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남북한 전쟁 경계에 직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비롯한 한반도 위기의 무력적 해결 방안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열린 제6회 모스크바국제안보회의(MCIS) 개막 연설에서 "한반도 상황 악화가 러시아의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비대칭적으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 글로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사드의 무리한 한국 배치가 심각한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이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등에 의해)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한반도사태의) 무력 해결 방안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전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이날 회의 연설에서 한반도 위기에 우려를 표시했다.
파트루셰프는 "외부의 도발 압력을 받는 한국과 북한이 사실상 전쟁의 경계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반도 상황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이날 주한미군이 성주 골프장에 전격적으로 사드 장비들을 배치해 곧 시험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반대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하면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사드 한국 배치 등의 대북 군사 압박에는 반대해 왔다.
한편 겐나디 가틸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오는 28일 열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칼빈슨 핵함모 전단의 한반도 해역 배치 등 해당 지역에서의 미군 군사활동 강화를 비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함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역내 군사활동 자제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라며 "미국이 동맹국들과 벌이는 군사훈련으로 한반도 지역의 군사·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불신과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틸로프는 "러시아는 국제사회와 함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은 북한의 도발적 노선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재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정치적 접근법과 연계된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과 함께 자국 '코메르산트'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만이 21세기에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이며 북한의 핵실험은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지속적 비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남아있다"고 비판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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