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 심사때 블랙리스트에 반발했더니 책임심의 제도 사라져"

입력 2017-04-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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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 심사때 블랙리스트에 반발했더니 책임심의 제도 사라져"

전직 문화예술위원회 책임 심의위원, 김기춘·조윤선 재판서 증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황재하 기자 = 성향을 문제 삼아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에 심의위원들이 반발하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심의위원 제도 자체를 없애버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예술위원회의 책임 심의위원을 맡았던 하응백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2014∼2015년 예술인 100명에게 총 10억원을 지원하는 '아르코' 사업 심사를 맡았던 하씨는 당시 2차 심사까지 102명을 선정했다가 예술위원회 직원들에게서 '일부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예술위원회 직원들은 하씨에게 "검열에 걸렸는데 문체부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아예 아르코 사업 자체를 무산하려고 하니 다른 심의위원을 설득해서 문제가 되는 18명을 빼고 도장을 찍어달라"고 말했다. 예술위원회 직원들은 또 "뒤에 청와대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씨는 당시 18명의 이름 중 1명인 희곡 작가 이모씨의 이름이 포함된 데 놀라 "이 사람은 지원 대상 1순위인데 왜 배제됐냐고 물었더니 예술위원회 직원들이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한 게 이유 아니겠나'라고 추측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원들끼리 회의를 거친 끝에 '한 명이라도 문학 외적인 일로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심의에 도장을 찍지 않기로 했더니 예술위원회 측에서 '심의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씨는 특히 당시를 회상하면서 "내가 다른 위원들에게 '도장을 찍으면 을사오적이 된다, 누가 이렇게 장난치는지 몰라도 정권이 바뀌면 분명히 감옥에 가게 된다'고 말했고, 위원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또 자신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원 배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아예 책임 심의위원 제도 자체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위원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2차 심의를 통과한) 전체 인원 중 30명을 제외하고 70명에게 지원금을 줬다고 한다"며 "책임 심의위원 제도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책임 심의위원 제도를 없앤 이유를 묻자, 하씨는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위원 없이 심사하면 누가 심의를 맡았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장난'을 쳐도 알 수 없게 된다"고 답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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