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봉 12만 달러에서 210만 달러까지 급상승
젊은 유망주들, 메이저리거 복귀 '디딤돌'로도 활용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1998년 KBO 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한국에서 인생을 바꾼 외국인 선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는 그 생생한 사례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테임즈는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지 못한 채 2014년 한국행을 선택했다.
NC 소속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타율 0.349에 102홈런 382타점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친 테임즈는 올해 재도전한 메이저리그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테임즈는 시즌 홈런 11개로 양대리그 전체 홈런 단독 1위를 지키고 있다. 홈런 공동 2위 그룹(7홈런)과 격차는 여전히 크다.
KBO 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98년, 그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다.
첫해에 그라운드를 누빈 외국인 선수 12명 중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던 선수는 4명뿐이었다.
당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은 12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억6천770만원)였다. 1998년 국내 선수 최고 연봉자였던 양준혁(1억4천만원)보다 많았지만, 수준급 외국인 선수는 드물었다.
KBO 리그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다. 한국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해주는 일본이라는 다른 선택지까지 있었다.
2000년부터 자율적 영입이 가능해지면서 외국인 선수의 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해 외국인 선수 28명 중 14명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었다.
우승에 목말라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지낸 훌리오 프랑코(현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를 영입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국내 구단 간 성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름 있는 선수들이 속속 KBO 리그를 찾기 시작했다.
연봉 상한선은 점차 유명무실화됐다. 연봉이 높아지면서 영입 연령층도 점점 낮아졌다. 지금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뛰는 조쉬 린드블럼(전 롯데)은 28살의 나이에 한국 무대를 밟았다.
2014년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연봉 100만 달러대 계약은 흔한 일이 됐다.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210만 달러에 계약하며 200만 달러의 벽까지 깨뜨렸다.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만 영입하려다 보니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큰 일본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전성기가 지난 30대 중후반의 선수들보다 유망주 출신의 20대 젊은 선수들이 KBO 리그를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메이저리그 보장이 어려운 선수들에겐 보수나 대우가 훌륭하고 경쟁력까지 있는 KBO 리그가 매력적으로 비치는 것이다.
여기에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KBO 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KBO 리그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최근에는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뛰었던 짐 아두치(32·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메이저리그 복귀 후 2경기 연속 3안타를 때려내며 유턴파 활약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까지 NC에서 활약한 재크 스튜어트나 LG 트윈스에서 뛴 경험이 있는 루카스 하렐 등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고 있다.
이처럼 KBO 리그를 발판으로 삼아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선수가 늘어나면서 잠재력 가득한 젊은 메이저리거들의 한국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가 여기(KBO리그)에서 열심히 하면 다시 메이저리그로 가서 잘할 수 있다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명 다른 외국인 타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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