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HNA 해외기업사냥 계속된다…"역외자금으로 자본통제 피해"

입력 2017-04-27 15:09  

中 HNA 해외기업사냥 계속된다…"역외자금으로 자본통제 피해"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하이난항공(HNA) 그룹이 공격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거듭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자본 유출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상당수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주춤거리고 있다. 하지만 HNA그룹은 지난해 대규모의 M&A를 발표한 것에 비하면 규모는 달라졌지만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해외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항공기 위치 추적 사이트를 살펴보면 보잉 787여객기를 도입, 개조한 HNA그룹의 호화 전용기는 지난 수개월간 본사 임원과 고객들을 태우고 분주하게 세계 주요 도시를 왕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용기에 탑승했다고 밝힌 HNA그룹의 까오젠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우리 회사는 지칠 줄 모르고 전진하고 있다"면서 "모든 임직원이 정열적이고 성취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하이난성의 지방 항공사로 출발했던 HNA그룹은 현재 세계 10대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호텔과 관광, 물류, 부동산, 금융 등 다각적인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HNA그룹의 총자산은 지난해 1천460억 달러로, 첫 해외 M&A에 도전했던 2010년에 비해 4배 이상이 불어났다. 그룹의 매출은 900억 달러로 역시 2010년에 비하면 근 10배에 이른다.

힐튼 월드 와이드 홀딩스(65억 달러), 인그램 마이크로(60억 달러), CIT그룹의 리스 사업부(40억 달러) 등이 HNA그룹의 수중에 들어온 굵직한 해외 자산들이다.

HNA그룹이 공격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는 것은 해외 차입 덕분이다. 해외 자회사들에 쌓아둔 현금을 활용하거나 이를 담보로 펀딩에 나서고 있어 중국 정부의 자본통제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그룹과 해외 자회사들은 지금까지 97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부채가 많은 30대 기업에 속한다.

HNA그룹이 정부의 자본통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달 초 HNA그룹은 정부의 송금 승인을 얻지 못해 스웨덴 호텔그룹을 3억2천200만 달러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HNA 그룹과 자회사들은 올해 1월 이후 폴란드와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모두 40억 달러에 이르는 M&A 계약을 성사시켰고 특히 미국에서는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년간 HNA그룹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60억 달러다. HNA그룹은 미국 현지에 금융 자회사 HNA 캐피털을 설치하는가 하면 블랙스톤 그룹의 회장을 포함한 미국 정치, 금융계 실력자들과의 커넥션도 구축하고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HNA그룹이 이처럼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정치적 배경 덕분일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해외로 도피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는 최근 트위터와 VOA(미국의 소리) 인터뷰를 통해 HNA그룹과 정권 실세의 유착설을 주장했었다.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HNA캐피털은 올해 들어 그룹이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 캐피털과 영국 보험사 올드 뮤추얼의 미국 자산운용사업부를 인수했고 독일 도이체방크의 지분을 늘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HNA캐피털의 광양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의 M&A 자금은 모두 역외 현금 흐름에서 조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위안화를 역외로 이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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