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가방·빛바랜 조끼…세월호 아픔 간직한 주인잃은 유류품

입력 2017-04-27 15:30   수정 2017-04-27 16:33

찢어진 가방·빛바랜 조끼…세월호 아픔 간직한 주인잃은 유류품

목포시, 세월호 주인 없는 유류품 26점 인계받아 공개

(목포=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물품 번호 '0418(4월18일)-1430(오후 2시 30분)-4-1-13(4층 1-13구역)', 학생 넥타이 엘리트 검정 줄무늬(단원고 여학생 것으로 추정)"

27일 전남 목포시 홈페이지에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로부터 인계받은 유류품 26점이 공개됐다.

유류품은 초벌 세척, 탈염 처리, 재세척, 헹굼, 건조 과정 등을 거쳤음에도 오랜 시간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 보니 대부분은 온전한 형태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찢어진 붉은 가방, 물에 젖어 바래진 학생 넥타이, 헝클어진 교복 조끼까지 기구한 사연을 가진 갖가지 유류품들은 아직도 그날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유류품에는 수거된 일자와 시간, 장소가 주인의 이름을 대신했다.

유류품 중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참변을 당한 단원고 학생들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이 많아 보였다.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꿈꿨던 청춘들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물품들은 사고 당시의 참상을 다시 보여주는 듯했다.

3년간 바닷속을 헤매다 뭍으로 올라온 교복 와이셔츠는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기름에 묻어 해진 와이셔츠에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학생의 것으로 추정되는 실내화는 짝을 잃고 발목 고리가 끊어진 채 훼손돼 있었다.

푸르던 청바지는 중간 부분이 절단된 상태로 거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당시 선체가 바닷속에 처박히면서 충격으로 헝클어지면서 찢겨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색 가방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면서 폭탄을 맞은 것 같이 보였다.

슬픈 사연을 지닌 유류품들은 6개월간 목포시가 마련한 장소에 보관됐다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 결국 정부에 귀속된다.

목포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류품과 관련해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며 "유류품 발견이 계속 이어지면서 홈페이지에 올라올 게시물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발견된 유류품은 진도군이 군청 뒤 컨테이너에 보관하다가 참사 646일만인 지난해 1월 21일 경기 안산으로 보냈다.

교복, 여행 가방, 신발 등 1천169점이 그때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고, 이 중에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배낭도 있었다.

당시 4·16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사진작가, 시민 등 100여 명이 진도로 내려와 유류품 목록을 작성하고 사진을 촬영한 뒤 안산으로 가져갔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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