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홀대론 놓고 이견…양쪽 모두 "너무 극악하게 싸우지 말자"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호남표심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당 소속의 동교동계 원로들까지 총동원하고 나섰다.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광주 유세에 동참하며 호남인사홀대론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원내 1당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동교동계 좌장역할을 했던 권노갑·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도 호남지역을 돌며 안철수 후보의 호남 적통을 강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27일 광주시의회를 찾아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호남인사 홀대 얘기를 듣고 청와대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인구비례로 볼 때 오히려 많았다"며 호남인사 홀대론을 부인했다.
김 전 의장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슨 큰 영향을 미치겠느냐 하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좋지 않은 얘기는 전파력이 강해 지난 총선 때 호소문까지 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 지지유세를 하면서 이런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며 "소수 정당이 대통령직을 차지하면 혼란이 이어지니 원내 제1당이 이 시국을 타개하고 개혁정부를 이끌 수 있도록 확고한 지지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이 자리를 뜬 후 30여분 차이를 두고 시의회 브리핑룸에 도착한 국민의당 권노갑 고문과 정대철 고문은 안철수 후보에 광주·전남이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남홀대론에 대해서는 같은 동교동계였던 김 전 의장과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권 고문은 "열린우리당이 새정치민주당을 깨고 나갔을 때부터 호남홀대론이 시작됐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었던 정당을 깨지지 않길 바랐는데 호남민들이 상당히 섭섭해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중도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 나라를 이끌고 갈 사람으로 적합하다"며 "남북공존과 개혁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이끌 사람은 안 후보"라고 밝혔다.
양측 원로들은 자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선거운동이 과열돼 양측에게 상처가 되는 데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김원기 고문은 "대선이 끝나면 다시 옛날 우리가 민주정부를 만들었던 때처럼 동지들이 다시 손을 잡고 정권을 이끌어가는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철 고문도 "지금 이렇게 다투지만 너무 극악하게 싸우면 선거 후에 곤란해질 것"이라며 "양쪽 모두 결국 연대의 대상이 이쪽이고 저쪽이 될텐데 심하게 다투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김원기 고문측이 호남홀대론이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배포한 자료가 최근 불법 유인물로 선관위에 고발된 것과 동일 문건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민주당측은 이에 대해 "당에서 직접 제작한 자료는 아니며 이날 기자실에 배포한 것도 당에서 복사한 것은 아니다"며 "일부 당원이 사적으로 입수한 자료를 복사해 활용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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