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프랑스오픈 와일드카드 여부 놓고 한동안 격론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성 스포츠 선수 가운데 전 종목을 통틀어 '상품성'이 가장 뛰어난 마리야 샤라포바(30·러시아)의 복귀전을 앞두고 테니스계는 찬반양론으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1월 도핑 양성 반응으로 자격 정지 15개월 징계를 받았던 샤라포바는 징계 만료 바로 다음 날인 26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셰 그랑프리 단식 본선 1회전을 치렀다.
1년 넘게 투어 활동을 하지 않은 샤라포바는 세계 랭킹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자력으로는 투어 대회에 나올 수 없다.
일반적으로 투어 대회 본선 대진표에 바로 이름을 올리려면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들어야 하고 예선에 나가려고 해도 세계 랭킹 200위 안쪽에는 들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라포바의 후원사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던 포르셰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본선 와일드카드를 내줬고 다음 달 열리는 스페인, 이탈리아 대회에서도 샤라포바에게 이미 초청장을 보냈다.
샤라포바가 미모와 기량을 겸비한 세계적인 '톱스타'이기 때문이다.
17살이던 2004년 윔블던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6·미국)를 꺾고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샤라포바는 2005년부터 11년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조사하는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여자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징계 기간이던 지난해 처음으로 윌리엄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윌리엄스가 2천890만 달러(약 334억원), 샤라포바는 2천190만 달러로 2위였다.
광고 활동 등 후원 액수가 줄어들어 2위로 내려갔지만 이제는 반대로 윌리엄스가 임신 때문에 활동을 중단하면서 2017년 순위에서는 샤라포바가 1위에 복귀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일부 동료 선수들은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를 주는 것이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역시 탁월한 미모로 2014년 윔블던 준우승을 차지하며 '제2의 샤라포바'로 불린 유지니 부샤드(캐나다)는 27일 터키 언론과 인터뷰에서 "샤라포바는 사기꾼"이라며 "코트에 복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세계 랭킹 1위 출신인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도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더라도 징계가 끝난 뒤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투어 대회 본선 와일드카드를 받을 것이 아니라 자숙하는 의미에서라도 총상금 1만 달러짜리 최하등급 서키트부터 랭킹 포인트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남자테니스 세계 1위 앤디 머리(영국)도 3월 인터뷰에서 "대회에 나가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대회 주최 측에서는 (샤라포바의 이름이) 더 많은 좌석을 팔아치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샤라포바를 두둔하는 선수들도 꽤 있다.
현역 시절 '광속 서버'로 유명했던 그레그 루세드스키(영국)는 "대회를 여는 입장에서는 관중 동원력이 높은 샤라포바를 원하는 것이고, 경쟁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그런 행태가 못마땅할 것"이라며 "하지만 (와일드카드 부여에) 정해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샤라포바가 와일드카드를 받는 것에 대해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앤디 로딕(미국) 역시 ESPN과 인터뷰에서 "도덕적 관점, 사업적 관점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일단 샤라포바의 복귀전에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샤라포바의 편이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4천500석이 가득 찼으며 샤라포바가 입장하자 박수와 환호가 나오는 등 팬들이 따뜻하게 환영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샤라포바는 "와일드카드 부여는 내가 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나는 이기는 것에만 신경 쓰겠다"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샤라포바의 복귀 후 열리는 첫 메이저 대회인 5월 프랑스오픈에서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를 부여할지를 놓고 테니스계의 찬반양론 대립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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