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고 수준의 압박을 기조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놨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DNI(국가정보국) 국장은 26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상원의원 대상 대북정책 브리핑을 마친 뒤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새 대북정책을 공표했다. 이들은 장관 합동성명에서 "북핵 문제는 긴급한 국가안보 위협이자 최고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라고 확인하고 '압박작전(pressure campaign)'을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사태 이후 미국 행정부가 장관 합동성명 형태로 대북정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대북정책의 이례적 발표 형식과 '압박작전'이라는 용어선택으로만 봐도 미국의 강력한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합동성명은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과 핵ㆍ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이른바 전임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대북정책 기조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명명됐다. 핵심내용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조치를 추구함으로써 "북한이 핵ㆍ탄도미사일, 그리고 핵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핵 문제에서 두 손을 들 때까지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직접 개입하겠다는 분명하고 단호한 의사 표명이다. 북한 핵 문제를 더 방치할 경우 동북아 안정이 위태로워지고 미국 본토도 중대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상황인식이 바탕에 깔린 결론이다.
합동성명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종종 거론해온 '무력사용ㆍ선제타격ㆍ모든 옵션' 등 초강경 표현은 담지 않았다. 다만 성명 말미에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잊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고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혀 압박과 대화를 병행할 방침을 밝혔다. 압박이 우선순위고 협상의 문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겨야만 열린다는 게 성명이 담고 있는 취지일 것이다. 또 무력사용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고 해서 군사적 옵션이 배제됐다고 봐서는 안 된다. 합동성명이 발표된 시점에 의회에 출석한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사드운용을 언급하고, "수많은 선제타격 옵션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 등이 이를 입증한다. 상황변화에 따라 군사적 옵션이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유력 후보들은 북핵이 폐기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대화와 협상에 강조점을 두거나 강력한 제재를 우선하는 등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최고 압박'으로 선회한 이상, 우리의 방법론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에 국한된 국면을 벗어난 상황에서 우리만의 독자적 해법을 고집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일차적으로 한반도의 문제인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가 국외자로 밀려나지 않고 선도적 역할을 맡는 건 당위다. 아직은 미국이 대화의 문을 닫지 않고 군사적 옵션을 유보한 상태이니 우리가 움직일 공간도 꽤 남아 있다. 각 후보 진영은 당장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대북정책을 내놓고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국제 정세변화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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