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강원도가 서울보다 공기 나쁘다니…실화야?"

입력 2017-04-28 07:30  

"청정 강원도가 서울보다 공기 나쁘다니…실화야?"

'같은 위도' 원주-서울 비교 결과 원주 대기질 훨씬 심각

태백산맥에 가로막혀 대기 흐름 정체가 원인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이렇게 뿌연 하늘이 강원도 하늘이라고? 이거 진짜 실화야?"




강원 원주에 사는 주모(28·여) 씨가 스마트폰 메신저에 그동안 원주 하늘을 찍은 사진을 올리자 타 지역에 사는 그의 친구들은 "이거 실화냐?"(사실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쓰는 유행어)며 되물었다.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주 씨는 "요즘 엄마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도 죄다 '아기들이 기침한다'는 등 미세먼지 이야기다.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의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 뽑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 좋고 물 맑아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강원도 하늘도 예사롭지 않다.

'강원도니까 당연히 맑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도시 전체가 희뿌연 미세먼지에 둘러싸인 날이 적지 않다.

특히 원주는 전국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심각하다.




원주 지역주민들은 도내 미세먼지 측정소가 춘천·원주·강릉·동해·삼척 등 5개 시·군에만 설치돼 있어 원주가 '미세먼지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대책을 기대하지만, 대책은 사실상 교육부의 안전 매뉴얼 정도에 그쳐 불만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과 원주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 먼지(PM2.5) 일평균 및 최곳값을 비교(1월 1일∼4월 16일)한 결과 원주의 공기가 탁한 날이 훨씬 많았다.

미세먼지 일평균 값을 보면 원주가 서울보다 낮았던 날은 단 8일에 불과하다. 평균값만 놓고 보면 1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원주가 서울보다 공기가 좋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최곳값으로 비교해봐도 106일 중 원주가 높은 날이 65일로 원주 하늘이 더 흐렸다.

초미세 먼지 역시 원주가 서울보다 일평균 값이 낮았던 날은 불과 6일, 최곳값이 낮았던 날은 41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일러나 자동차, 발전시설 등 배출원이 훨씬 적은 원주가 서울보다 대기질이 나쁜 이유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지난해 말 발표한 '최근 미세먼지 농도 현황에 대한 다각적 분석'에서 두 도시는 비슷한 위도 대에 위치하지만, 원주는 동쪽이 태백산맥에 가로막힌 탓에 대기질이 더 나쁜 것으로 분석했다.

태백산맥 고도가 미세먼지 확산과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혼합층 고도보다 높아 산맥 서쪽 인접 지역에 대기 흐름 정체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이 많지 않은 원주 지역 대기질이 서울보다 나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위도에 있으나 산맥 풍하측(바람이 불어가는 쪽) 있는 삼척시는 대기질이 좋은 것과 비교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시멘트 제조업 등 사업장과 화력발전소 관리 강화 등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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