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통과 이민제한법 재투표 청원 정치 쟁점화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EU 비회원국 스위스에서는 2014년 국민투표를 통과한 반이민법의 재투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이민법은 EU 시민권자의 스위스 이민에 상한을 두고 할당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발의 때부터 EU의 반발을 샀다.
유럽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EU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는 2007년 EU와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고 수백 개의 개별 협약을 통해 사실상 EU 회원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
스위스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대원칙을 건드리자 EU는 법을 수정하지 않으면 모든 협약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스위스는 법 시행 유예기간 직전인 지난달 반이민법에서 상한제를 없애고 자국민에게 우선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의원입법으로 끼워 넣어 EU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2014년 반이민법 통과 후 철회를 주장했던 라사(RASA)라는 단체는 국민투표가 가능한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그해 11월 재투표를 청원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재투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26일(현지시간)에는 시모네타 소마루가 법무부 장관이 재투표 불가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소마루가 장관은 라사의 청원을 수정한 여러 대안도 정부와 의회에서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의회는 내년 4월 전까지 이 청원을 국민투표로 넘길지 기각할지 결정한다.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면 국민투표 시한은 연장되고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라사의 청원을 놓고 투표를 한다고 해도 이미 반이민법이 수정된 만큼 결과와 상관없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라사측은 정부 발표에 대해 청원을 철회할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위스 일간 르탕지는 "정치적 현실주의가 법률적 고려를 앞섰다"면서 라사의 청원을 포기하면 우파 국민당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매번 투표 때마다 스며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