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유의 '자사주 대량 소각' 왜?

입력 2017-04-27 20:47   수정 2017-04-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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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초유의 '자사주 대량 소각' 왜?

총 49조원어치 소각키로…이재용, 경영권 방어수단 스스로 버린 셈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7일 삼성전자의 자사주 대량 소각 계획 발표는 지주회사 전환 포기 의사를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총 49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가운데 40조원어치는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내년까지 소각하는 것으로,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3.3%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올해 새로 순차적으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한 물량이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공개 천명한 것은 '앞으로도 지주사 전환은 없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번복 가능성을 의심하는 세간의 오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와 관련지을 수 있는 이슈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결코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는 꽤 유용한 카드다.

지주사 전환의 정지 작업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인적분할 시, 기존 회사 주주들은 신주를 원래 지분의 비율만큼 배정받는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지만, 이 과정에서 지주사는 보유한 자사주의 비율대로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13.3%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나면 이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방어할 마땅한 수단을 얻기 어려워진다.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0.6%. 부친 이건희 회장(3.54%)과 계열사의 지분을 합해도 18%를 겨우 넘는다. 반면 외국인 주주의 지분은 50%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는 이번 자사주 대량 소각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ㆍ합병(M&A) 등 대규모 거래나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에 보유 현금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고려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전자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 방침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방침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20만원을 돌파해 222만6천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에 지주사 전환을 요구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자사주 소각은 중요한 진전을 나타낸다"며 "자사주 소각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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