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보고관 방북 허용, 인권비판 '물타기' 의도 해석

입력 2017-04-28 07:24   수정 2017-04-28 07:35

北 유엔보고관 방북 허용, 인권비판 '물타기' 의도 해석

장애인권 보고관 첫 수용…유엔과 협력 확대는 긍정적

"체제에 부담 안되는 취약계층 인권상황 공개…홍보효과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자국 내 인권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처음으로 허용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는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카타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이 다음 달 3∼8일 북한을 방문해 장애인 인권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은 북한 내 장애인과 당국자, 북한에 주재하는 유엔 관계자, 북한이 장애인 보호 단체로 내세우는 조선장애자보호연맹 등을 만날 예정이다.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보고관들의 활동 목적을 막론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 시절부터 활동해 온 역대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들은 지속해서 방북을 요청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이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의 방북을 수용한 것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인권 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국제사회의 인권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체제에 직접적 부담이 되는 표현의 자유나 정치범 수용소 문제 등 '시민적·정치적 권리'(자유권) 관련 문제 제기에는 강력하게 맞대응하면서도, 장애인·여성·아동 등 특정 사회적 집단의 인권은 적극적 개선 의지를 보이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장애인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당사국으로서 14년 만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고, 아동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도 9년여 만에 제출했다.

반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엔 북한 인권 결의에는 '반(反)공화국 모략 소동'이라며 매번 정면으로 반발해 왔다.

도경옥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장은 28일 "체제 존속과 관계되는 자유권 영역과 달리 취약계층의 인권 문제는 북한이 신경을 써도 체제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주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의 이번 방북도 장애인들이 "당과 국가의 시책 속에 참다운 자유와 권리를 마음껏 향유"(4월 8일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할 시민사회 세력이 전무한 북한에서 특별보고관이 심층적인 조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제한적 주제·범위에서나마 북한의 인권 상황이 외부 전문가에게 직접 노출되고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이 결국에는 긍정적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엔과 협력이 확대되면 될수록 북한 당국도 계속해서 인권 개선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방문이 다른 주제의 특별보고관이나 유엔 내 인권 관련 인사들의 추가 방북으로 연결될 경우 일종의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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