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별' 이형종·허정협. 투수경험이 어떤 도움됐을까

입력 2017-04-28 10:56  

'뜬 별' 이형종·허정협. 투수경험이 어떤 도움됐을까

투수→타자 전향 늦깎이 스타 공통점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7시즌 프로야구에서 새롭게 스타로 부상한 타자들이 있다.

LG 트윈스 이형종(28)과 넥센 히어로즈 허정협(27)이다.

27일 기준으로 이형종은 타율이 0.397에 달하는 정교함과 함께 타점 생산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허정협은 지금까지 6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한 힘이 돋보인다.

둘은 모두 20대 중후반에 접어든 나이에 빛을 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나아가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사연을 품고 있다.

이형종은 고등학교 때부터 빠른 공으로 촉망받던 '잘 나가는' 투수였고, 프로 데뷔도 투수로서 했다.

이형종은 서울고 3학년이던 2007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광주일고를 상대로 결승타를 맞아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 때문에 '눈물 왕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다.

이듬해인 2008년 LG에 1차 지명되면서 유망주 투수로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다가 야구를 그만둔다며 팀을 떠났다.

2013년 LG로 돌아온 이형종은 2014년 10월 타자로 전향했고, 지난해부터 1군 무대에서 뛰었다. 올해 개막과 함께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형종은 오랜 기간 투수로 뛰었던 경험이 타자로서 다시 성공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도움이 되는 면은 있다고 밝혔다.

바로 상대 투수의 심리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종은 "예를 들어 만루 상황이라고 하면, 투수가 타자보다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볼넷을 줘도, 사구를 줘도, 안타를 맞아도, 홈런을 맞아도 진다. 투수가 훨씬 불리한 상황인 것을 아니까 타석에서 제가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가 나보다 더 떨리리라는 것을 안다. 상대가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다. 투수의 성향까지 보면 그가 어떻게 대결할지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정협도 먼 길을 돌아 타자가 됐다.

인천고 잠수함 투수였던 그는 서울문화예술대에 진학했지만, 야구가 뜻대로 안 풀렸다. 타자로 전향했지만, 타자도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야구를 그만둘 생각으로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그러나 군대에서 야구가 더욱 간절해졌다. 마지막으로 다시 야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대하고 대학교에서 야구 방망이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생긴 간절함과 절실함은 허정협의 야구 성장에 가속도를 붙여 줬다.

2015년 육성 선수로 넥센이 들어온 허정협은 프로 코치들이 전문 지도를 받으면서 파워 히터로 거듭났다.

허정협은 "코치님들께서는 제가 언더핸드 투수여서 그런지 오른팔이 나오는 힘이 좋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또 "중심이동 훈련은 투수 때도 많이 해온 것인데, 타자 중심이동 훈련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타력에 대해서는 "원래 투수들이 가끔 방망이를 칠 때 타자들보다 더 멀리 치곤 한다"며 "타자들보다 힘이 남아서 그런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그런데 저는 그런 것과 관계없이 원래 힘이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허정협은 "타자들보다 스윙을 많이 안 돌려봐서 힘이 남는 것 같기도 하다"고 추측해 봤다.

이에 대해서는 이형종도 동의한다.

이형종은 "어차피 몸은 닳는다. 저도 팔, 어깨는 많이 닳아있지만, 타자들보다는 손목은 싱싱할 것이다. 닳고 아픈 부분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제 몸의 스윙하는 부분은 타자들보다 생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투수에서 타자로 길을 전환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허정협은 "앞으로 더 주목받는 선수가 돼서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이형종을 2군에서도 자주 봤는데, 잘할 줄 알았다.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쁘다"라며 응원을 보냈다.

이형종은 "투수들도 타자로서 잘할 수 있다는 길을 제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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