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농협 권총 강도', '오패산 총격 사건' 등 잇따라
경찰 "불법무기류 자진 신고하면 형사·행정 책임 면제"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1. 사망한 부친의 서울 소재 집에서 지난해 5월 9일 유품을 정리하던 A(53)씨는 45구경 콜트권총과 실탄 18발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군인이었던 부친은 이미 1980년대에 전역한 터라, 집 안에 권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곧장 경찰서를 방문해 신고하고, 권총을 반납했다.
경찰은 A씨 부친이 월남전 참전 당시 취득한 권총을 계속 갖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2. 2015년 5월 8일 경기 안성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B(47)씨는 가뭄으로 인해 물이 빠진 저수지에서 녹이 슨 권총을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이 권총은 45구경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총에는 'UNITED STATES PROPERTY'라는 글자와 총기 번호가 적혀 있어 제작 및 사용 시기 추정이 가능했다고 한다.
군은 한국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권총으로 보고 수거했다.
우리 주변에서 개인이 소지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권총 등 각종 무기를 발견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자진 신고를 통해 군이나 경찰에 반납하면 별 탈이 없겠으나, 강력사건에 악용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 20일 발생한 경북 경산 농협 권총 강도 사건의 피의자 김모(43)씨도 14년 전 우연히 소지하게 된 권총으로 범행했다.
김씨는 지난 2003년 직장상사 C씨의 지시로 구미에 있는 C씨 지인의 빈집에 집기류 등을 찾으러 갔다가 45구경 권총과 탄환이 5∼7발씩 든 탄창 3개를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권총은 미국 레밍턴사가 1942∼1945년 생산한 것이다.
그는 권총을 차 트렁크에 보관하면서 관리에 공을 들였으며, 범행 과정에서 남자 직원과 몸싸움이 붙자 실제로 1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람 쪽으로 쏘지 않아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은 이런 사건을 예방하고자 '불법무기류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불법무기류는 총기류, 분사기, 전자충격기, 도검, 화약류 등 다양한데, 위험수위가 가장 높은 무기는 단연 총기다.
연 1회였던 자진 신고 기간을 연 2회(4월·9월)로 늘린 시기도 지난해 10월 성병대(45)가 사제총기로 경찰관을 쏴 살해한 '오패산 총격사건' 이후인 올해부터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진 신고가 들어온 불법 총기류는 77정이다.
공기총이 53정으로 가장 많았고, 권총 5정, 엽총 4정, 기타(마취총, 가스총 등) 15정 등이었다.
경찰은 불법 총기에 의한 강력사건을 막기 위해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자진 신고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형사·행정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고, 소지를 희망(수렵용, 공사용 등)할 때는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쳐 소지허가를 내준다.
또 30만원이던 불법무기 소지자 신고 검거보상금을 올해 들어 500만원 이하로 크게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무기류를 소지하고 있다고 자진 신고했는데도 처벌하면, 되레 미반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형사·행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올해 들어 자진 신고 기간 및 검거보상금을 크게 늘린 만큼, 더 많은 불법무기류를 수거해 강력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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