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안 들려"…재난상황 전파 못하는 취약지 마을방송

입력 2017-04-29 07:17  

"뭐? 안 들려"…재난상황 전파 못하는 취약지 마을방송

아산 이어 청주도 가구별 스피커 설치 추진…162억 달하는 재원 확보가 문제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농촌 마을에는 종종 스피커를 통한 재난방송이 울려 퍼진다. 미세먼지나 오존 주의보·경보 등이 발령되면 외부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하기 위해서다.

봄철 건조주의보가 이어지고 바람도 다소 거세게 불면서 "산불 발생 우려가 있으니 산 주변 논·밭두렁에 불을 놓지 말라"는 방송도 잦아졌다.

관공서가 이런 재난방송을 요청하면 이장이 마을회관 스피커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방송이 나가면 오히려 관공서 관련 부서에 전화가 쇄도한다. "뭔가 조심하라는 것 같은데 방 안에 있어서 잘 듣지 못했다"며 방송 내용을 다시 묻는 전화다.

'웅웅' 거리고 울려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데다가 건축 자재 방음 성능이 좋아 실내에 있는 주민들은 아예 듣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난이 발생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을 때 주민들에게 상황을 긴급히 알려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을 재난방송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충남 아산시는 작년부터 마을 방송 설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450개 농촌 마을이 대상으로, 마을 방송이 아니라 집집마다 스피커를 설치해 재난 상황을 신속히 알리자는 취지다.

작년부터 연간 2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2019년에는 송신기와 가구별 스피커 설치 사업이 마무리된다.


충북 청주시도 이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재난방송이 이뤄지는 청주시의 마을은 모두 698곳, 4만4천853가구이다. 이 가운데 저지대나 댐·저수지 하류 마을 등 38곳, 2천494가구는 재난 취약마을이다.

재난방송을 듣지 못했다거나 방송 내용을 잘 모르겠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청주시는 가구별로 스피커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 확보다.

698개 마을에 송·수신기와 가구별 스피커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162억5천만원에 달한다. 연간 유지비도 12억2천만원으로 만만치 않다.

청주시는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거나 특별재난교부세를 확보해 재난 취약지구부터 우선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 충북도 예산 지원을 받아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생각도 한다.

시 관계자는 "연간 5억원씩, 2년간 10억원을 들이면 재난 취약지구 방송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면서 "내년 시작을 목표로 대상 마을과 가구를 파악해 예산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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