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약정서에 '美 비용부담·韓 부지 시설만 제공' 명시
국방부, 긴급 고위정책간담회 개최…"약정서로 합의했는데…美측 해명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미국이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한밤 중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핵심장비를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한 데 이어 사드체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방통행식' 사드배치에 반발해 현지 주민들의 반대 집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규모인 사드 비용까지 한국이 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야말로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으로 파문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것(사드)은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 시스템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지 주한미군 사드배치와 관련한 주무 부서인 국방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이순진 합참의장,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28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고위정책간담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 발언 배경과 이 벌언이 미칠 파장, 우리 정부의 대책 등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새벽 전격적으로 사드 핵심장비가 배치된 데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폭탄' 수준의 발언이 터져 나오자 국방부 관계자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한미간 약정서에 의해 사드 비용 원칙이 합의되어 있는데…"라면서 "미국 측에서 한국이 비용을 대라고 한 데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해 3월 사드배치 논의를 위한 공동실무단을 구성하면서 사드 비용부담 원칙에 합의하고 약정서에 서명했다.
이 약정서는 당시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인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이 각각 한미 양측 대표로 서명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약정서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설계, 시설공사 일정과 방식 등에 대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가 약정서를 각각 군사기밀 문서로 관리해 적혀 있는 자세한 문구는 알 수 없지만, 이 약정서에 합의된 사항이 미국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비용부담 원칙에 대해 양국이 합의를 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에 대해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내년에 예상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라는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외교부나 국방부 모두 "확인된 것은 없다", "통보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나타내 마치 진실공방처럼 비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 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가지고 왈가왈부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미국이 해명을 해야 하고, 그것을 본 다음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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